신종플루의 위력은 제약업계의 순위까지 뒤흔들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신종플루 백신을 만드는 녹십자가 경쟁 회사들을 제치고 제약업계 매출 2위를 차지한 것.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적 공시 결과 녹십자가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등을 제치고 단숨에 2위로 뛰어올랐다. 녹십자의 3분기 매출액은 1,590억 원으로 각각 1,558억원과 1,555억원을 기록한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을 넘어섰다.
녹십자가 두 회사를 앞선 건 최근 5년 새 처음 있는 일로 3월 결산 법인인 대웅제약의 2분기 실적(1,505억 원)도 뛰어넘었다.
녹십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5,161억 원으로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대웅제약에 이어 5위를 기록했지만 3분기 만에 분기 매출 2위로 도약했다.
최근 3~4년간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대웅제약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한 2위 경쟁을 벌였으나 5위 권에 있던 녹십자가 단숨에 2위 자리를 꿰찬 것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백신 부문이 지난해에 비해 43% 성장했다"며 "3분기 신종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독감 백신 등 다른 백신에 대한 수요가 덩달아 치솟은 데 힘입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종플루 백신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4분기에는 3위와 격차를 더 벌려 올해 결산에서는 2위를 굳힐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녹십자의 성장에는 허영섭 회장의 '백신 주권 지키기'라는 고집이 담겨 있다.
2004년 정부는 백신사업자를 선정하면서 녹십자에 외국계 제약사와 합자 형태를 요구했다. 하지만 허 회장은 외국계 자본이 들어오면 경영권도 넘어갈 수 있다며 거부했고 그 결과 스스로 백신 공장을 지었다.
녹십자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와 함께 시작하면 쉽고 이득도 많이 남겠지만 대한민국 백신 주권은 지키지 못한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동아제약은 3분기에 2,083억 원의 실적을 올려 여유 있게 1위를 지켰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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