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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전고 문학동아리 '한울', 할머니 5명 자서전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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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전고 문학동아리 '한울', 할머니 5명 자서전 써

입력
2009.11.0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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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은 재벌 회장들이나 갖는 걸로 생각했는데…."

할머니들은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자서전을 하나씩 들고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는가 하면, 지난 삶이 다시 주마등처럼 떠오르는지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70대의 평범한 할머니 5명에게 최근 자서전을 선물한 작가들은 동대전고의 문학동아리 '한울' 학생들이다.

'어르신들의 자서전 써드리기'는 이 동아리 지도교사인 김수진(27)씨의 아이디어로 지난 4월 시작됐다.

"아이들의 글쓰기 실력뿐 아니라, 인성도 닦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자서전 쓰기를 떠올렸습니다. 자서전을 써드리려면 어르신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고 자신밖에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게 남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았습니다."

김 교사는 평송청소년문화센터에 이를 제안해 출판비를 지원받고, 대덕구 노인종합복지관과 연계해 자서전을 원하는 어르신들을 찾았다. 할아버지는 1명도 나선 이가 없고 할머니 7명이 희망했다. 이에 따라 김 교사는 22명의 학생들을 7개팀으로 나눠 각각 할머니 1명씩을 맡도록 했다.

그러나 이 중 한 할머니는 사생활이 공개되는 것을 싫어하는 자녀들의 반대로 안타깝게 꿈을 접어야 했다. 다른 한 분은 사정상 내년으로 미뤄 결국 자서전은 5명의 할머니 것만 완성됐다.

70년이 넘는 긴 세월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학생들은 많은 시간을 할머니들과 보냈다. 7월부터 최근까지 일주일마다 두 번 이상씩 할머니를 방문했다. 한 번 만나면 짧아야 두 세 시간, 길면 점심 먹고 가서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듣고 녹음하고 메모를 해야 했다.

여름방학에도 보충수업이 끝나면 할머니들의 집으로 향했고, 평일에 시간을 못 낼 경우는 주말에도 방문했다. 이렇게 해서 100~105쪽의 작지만 소중한 책이 최근 출판됐다.

"평범한 인생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할머니들의 삶의 역정 속에 감동과 눈물이 스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정말 가난했던 시절, 자신들의 엄마, 아빠를 할머니들이 어떻게 키워왔는지 들으며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한다. '한울' 동아리회장 김지순(18ㆍ2년) 학생은 "처음에는 할머니를 대하기 어려웠지만 살아오신 말씀을 들으며 점차 정이 들었고 자서전 집필이 다 끝나 헤어질 때는 발길이 안 떨어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5일 할머니 다섯 분을 모시고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대덕구 노인복지관에서 열기로 했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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