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신종플루 사각지대'인 학원가에 대해 대응 지침을 내놓았지만 현실성이 없어 '있으나 마나한 조치'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서울시교육청과 학원가 등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최근 각 지역 교육청 등을 통해 학원가에 대한 신종플루 대응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 학교가 신종플루 감염 환자 현황을 학원에도 통보해학원이 해당 학생들을 등원하지 못하도록 하고, 학교가 휴업을 하면 주변 학원들도 휴원토록 권고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학교 측이 학원에 환자 명단을 통보해주려면 부모 동의를 얻어야 해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어려운 조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 지역 모 중학교 교사 A(37·여)씨는 "자식이 신종플루에 걸렸다고 하면 다른 아이들한테 왕따를 당할까봐 두려운 게 부모 심정인데 누가 그걸 스스로 밝히려고 하겠냐"고 말했다.
실제 한국일보가 이날 서울 지역 보습학원 30여 곳에 확인한 결과, 학교로부터 이 같은 통보를 받은 학원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학원 관계자는 "학교가 환자 명단을 통보해줄 것은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교육 당국이 탁상공론식 대책만 내놓고 있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당국이 휴업한 학교 주변 학원에 대해서는 휴원토록 권고한 부분도 학원 수강료 환불 문제 등으로 이행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학원가의 공통된 얘기다.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교육당국은 '학원이 신종플루로 휴업을 하면 원래 수강료에서 휴업한 일수만큼 환불해주면 된다'는 단순한 논리를 펴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며 "카드깡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적정 수강료 이상을 초과 징수하는 학원들은 환불 자체가 매우 복잡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원 관계자도 "신종플루 때문에 휴원을 결정하는 학원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학원은 사립재단과 달리 국가 지원책이 전혀 없는 독립적인 운영체여서 휴업 등의 판단은 학원장에 맡길 수 밖에 없다"라며 "우리로서도 딱히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어 갑갑하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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