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1개월 만에 노르웨이로 입양됐던 소년이 경찰 제복을 입고 40여년 만에 우리나라를 찾았다.
경찰청이 주관하는 '제4회 세계 한인경찰 초청행사' 참석차 1일 고국 땅을 밟은 쿠르트 김 스티지(Kurt Kim Stigeㆍ43)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966년 11월 노르웨이에 입양돼 92년 현지 경찰학교 졸업 후 현재 순모르(Sunnmore) 지방경찰청에서 과학수사관으로 재직 중인 경찰관이다.
갓난아기 때 입양된 스티지씨는 한국은 물론 부모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그는 "입양 당시 여권에 '김선모'라고 쓰인 이름을 갖고 있었고, 서울의 한 보육원에 맡겨져 있었다"고만 회상했다.
2일 경찰청을 찾은 스티지씨는 다소 낯설어했지만, 자신의 몸 속에 흐르는 '한국인의 피'를 속이지는 못했다. 그는 "좋은 양부모님을 만나 행복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해 평소 한국을 생각할 때가 많지는 않지만 가끔 거울 속 제 모습을 볼 때마다 '너는 참 독특한 노르웨이인'이라고 혼잣말을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르웨이 언론에 종종 나오는 한국 여자 핸드볼 팀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이를 반영하듯 스티지씨는 우리나라와의 연을 계속 이어 가고 있다. 바로 국제단체인 'SOS children's village'을 통해 소개 받은 전남 순천의 16세 소녀 가장에게 매달 후원금을 보내며 교류하고 있는 것.
그는 "한국에 대한 애착과 3명의 자녀에게도 한국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시작했다"며 "편지와 사진은 물론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는 선물도 보낸다"고 말했다.
7일 한국을 떠나는 스티지씨는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은 소망도 내비쳤다. 그는 "일주일이란 기간도 짧고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어 이번엔 힘들겠지만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다시 와 부모를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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