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3일 '고조선실'을 신설한다. 그간 고조선의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 내 청동기실, 철기실 등에 흩어져 있었고, 고조선에 대한 설명은 청동기실 내 작은 패널 하나에 적힌 것이 전부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기존의 주제별 상설전시실을 시대별로 개편하는 작업을 하면서 고조선실을 독립시켰다. 동시에 기존의 '원삼국실'은 '부여ㆍ삼한실'로 이름을 바꾸었다.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국사 교과서는 고조선을 최초의 국가로 가르치지만 정작 박물관에서 고조선의 실체를 볼 수 없어 고조선을 신화 속 국가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고조선을 어엿한 우리 역사의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0㎡ 규모의 고조선실은 '기원전 5세기 이전 고조선의 형성' '기원전 5세기 무렵 고조선의 변화' '기원전 4세기 이후 고조선의 발전' '고조선의 멸망과 문화의 파급'의 네 부분으로 구성됐다. 고조선의 유물 100여점을 중심으로 비교 대상이 되는 동시대의 남쪽 지역 유물까지 모두 20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되는 유물은 일제강점기 때 수집된 북한 지역 출토 유물이 대부분이다.
이른 시기 고조선을 대표하는 유물은 요령식 동검과 미송리식 토기. 칼자루와 몸체가 붙어있는 중국의 동검과 달리 칼자루와 몸을 별도로 만든 요령식 동검은 고조선의 세력 범위를 입증한다. 전시실 중앙에 배치된 황해남도 신천군 출토 동검 손잡이에서는 번개무늬가 또렷하게 보인다. 요령식 동검이 기원전 5세기 무렵 몸체가 직선적인 한국식 동검으로 변화하는 과정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말기 고조선 유적인 평양 상리, 황주 흑교리 등의 나무곽무덤에서 출토된 철기와 마차 부속구들은 당시의 군사력을 추정케 하고, 북한강 유역 가평 달전리 유적(기원전 1세기 무렵) 출토품들은 고조선 멸망 후 그 문화가 유민에 의해 남부 지역으로 전파됐음을 보여준다. 달전리 출토 유물 중 화분 모양 토기와 가지창은 2003년 발굴 이후 최초로 전시되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내년 8월 '조선실' 신설로 상설전시실 개편을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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