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신종 플루'공포에 빠진 형국이다. 신종 플루가 10월 이후 급속히 번지고, 그에 따른 사망자가 40명(1일 현재)을 넘어서면서 보건 당국이 대응 수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병이 실제로 대유행 단계에 진입하면 국내총생산(GDP)이 5% 가량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예방 백신을 맞으면 죽는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퍼뜨렸다는 등 루머까지 판을 치고 있다. 정부의 미숙한 대응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뒤흔들렸던 지난해 '광우병 파동'과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기자는 신종 플루를 무서운 질병으로 여기지 않는다. 의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 때 보건복지부를 취재했던 기자로서, 또 전문가들의 과학적 분석을 신뢰하는 사람으로서 이 전염병의 위력이 매년 발생하는 계절성 독감보다 훨씬 강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신한다.
실제로 미국 뉴욕타임스 역시 27일자 사설에서 "공포심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신종 플루가 빠르게 확산 중이지만 계절 독감보다 치명적이지 않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1,000여명이 신종 플루로 사망했지만, 매년 계절 독감으로 3만6,000명이 숨지는 것을 감안하면 더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다.
확신의 바탕에는 기자 자신도 이미 신종 플루를 앓고 이겨냈다는 점도 한 몫 하고 있다. 지난달 초순 집 아이가 옮겨 온 바이러스에 걸린 모양인데, 주말 이틀 간 항바이러스제를 먹지 않았는데도 약간 심한 몸살을 앓고 극복할 수 있었다.
신종 플루가 증시에도 영향을 준 탓일까. 이 전염병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달 하순 이후 주가도 곤두박질하고 있다. 낙관적이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비관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미국 뉴욕 증시 급락 영향으로, 11월 첫 거래인데도 2일에는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황급히 주식을 팔아 치우는 모습도 나타났다. 신종 플루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 보건 당국이나 일반 국민이 과잉 대응을 하는 것처럼, 주가 하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투자자들 역시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순하거나 근거 없는 소문 대신 해당 종목의 장기 성장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다면, 동요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 정도 하락은 부침을 거듭하는 증시의 기본 속성이기 때문이다.
재임 초기 대공황 극복에 노력했던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은 1933년 취임사에서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렇다. 약세장으로 돌아선 증시에서 각자의 투자금을 지키는 것은 막연한 불안감과 성급한 행동이 아니라, 과학적 분석과 그에 따른 냉정한 대응이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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