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가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대독하는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소동이 빚어졌다.
소란은 의사진행발언 문제로 시작됐다. 이날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각각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자 김형오 국회의장은 "시정연설 전에 의사진행발언을 허용한 전례가 없다. 시정연설 뒤 발언권을 주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먼저 정 총리에게 시정연설을 할 것을 주문하자 야당 의원 10여명은 정 총리가 선 연단 앞으로 나와 거세게 항의했다.
민주당 우윤근, 자유선진당 류근찬 등 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부터 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의사진행발언부터 하고 연설해야 한다" "총리 (연설) 하지 말라니까요" 등의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다. 정 총리는 야당 의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시정연설문을 읽어야 했다. 야당 의원들은 "총리가 무슨 시정연설이냐.
대통령이 직접 나와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 과정에서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이 정 총리의 팔을 잡아 당기며 연설을 제지하기도 했다. 장제원 의원 등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도 연단으로 나가 "총리한테 손을 댑니까. 어딜"이라며 정 총리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사이에 가벼운 몸싸움도 벌어졌다.
10여분 동안 소동이 벌어진 뒤 야당 의원들이 연단에서 물러서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으나 선진당 의원들과 민주당 충청지역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퇴장해버렸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의석에서 용산참사 문제와 관련, "총리는 약속을 지켜라"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세종시 문제로 충돌하고 있는 정 총리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국회 조우는 이날 이뤄지지 않았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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