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도 시원찮은 살인마,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지만 선량한 죄수, 그리고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교도관.
'집행자'는 교도관의 시선에서 사형제도에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이 영화는 사형수를 동정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다만, 살인자를 법의 이름으로 죽여야 하는 교도관의 고뇌에 초점을 맞춰 관객의 선택을 묻는다.
신참 교도관 재경(윤계상)은 수감자 다루는 데 서툴러 쩔쩔맨다. 선배 교도관 종호(조재현)는 죄수들을 인간쓰레기 취급하며 독하게 제압한다. 최고참 김교위(박인환)는 장기복역 중인 사형수와 친구처럼 지낸다. 그러던 어느날 사실상 사라졌던 사형 집행이 12년 만에 부활한다.
사형 집행 명령을 받은 교도관들은 혼란에 빠지지만, 종호는 "죽이는 게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것"이라며 집행장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런 그도 사형 집행 이후 환청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재경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왜 지랄들이냐"고 악을 쓴다. 사형 집행 수당은 7만원. 교도관들은 그 돈으로 술을 마시고 취해서 탄식한다. "우리가 망나니였네"라고.
사형 집행 장면은 충격적이다. 교수대에서도 잔인한 독설을 내뱉는 연쇄살인범은 치를 떨게 하지만, 죽은 줄 알았는데 숨이 안 끊어져 다시 집행하는 교도관들의 공포는 그보다 더 끔찍하다.
한국은 사실상 사형제 페지 국가다.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없었다. 가톨릭은 사형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형 집행이 부활한다면, 커다란 논란에 휩싸일 것이 틀림없다. 이 영화는 불씨다. 최진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 5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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