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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아프가니스탄의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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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아프가니스탄의 혼돈

입력
2009.11.03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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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 대통령은 취임에 앞서 외교정책 공부를 위한 작은 모임에 파키스탄 언론인 아메드 라시드(60)를 초대했다고 한다. 라시드는 2001년 9ㆍ11 테러 몇 달 전 출간한 저서 <탈레반(taliban)> 으로 최고의 아프간 전문가평판을 얻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 해에는 미국의 아프간 정책 실패를 비판한 <혼돈 속으로의 추락(descent into chaos)> 을 냈다.

오바마가 그를 정책 스타디 모임에 초대한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가 물려준 전쟁의 유산 가운데 이라크에서는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아프간에는 추가 파병을 검토하는 등 정세 안정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군과 오바마의 아프간 공부

라시드는 영국 유학시절 마오쩌둥과 체 게바라의 공산혁명에 심취했다고 한다. 1960년대 말 케임브리지 대학을 나와 곧장 아프간 접경지역의 농민 해방투쟁에 가담, 10년 동안 게릴라 활동을 했다. 그러나 '혁명'이 실패한 뒤 전향, 줄곧 아프간 전문기자로 일했다. 1979년 소련군의 수도 카불 진주(進駐)를 지켜본 이래 1996년 탈레반의 카불 점령을 동행 취재하기까지 힌두쿠시 산맥을 수시로 넘나들었다.

라시드의 <탈레반> 은'전투적 이슬람, 중앙아시아의 석유와 근본주의' 라는 부제가 붙었다. 열강이 전략적'큰 게임(Great Game)'을 거듭한 아프간의 지정학과 탈레반 집권 및 오사마 빈 라덴과 얽힌 배경을 깊이 천착했다. 생생한 현장 지식과 어울린 객관적 안목이 돋보인다.

이 책은 미국이 빈 라덴과 탈레반 응징을 명분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미군은 파병 장교들에게 필수 휴대장비처럼 지급하고 있다. 아프간 역사와 문화, 언어를 익히는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그렇게 <탈레반> 이 150만권이나 팔린 데 한 몫 했다.

미군이 <탈레반> 을 숙독한 것은 아프간 침공이 단순히 테러 응징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러주는 듯하다. 미국은 탈레반을 위험하기 짝이 없는 광신 집단으로 규정했지만, 실제 탈레반은 외세 침공에 무력하게 패주했다. 피폐한 약소국 혁명 집단의 항전은 B-52 폭격기 앞에 닭싸움 자세를 취한 것에 비유됐다. 그런데도 미군이 아프간을 열심히 공부한 것은 겉으로는 반란진압(Counterinsurgency) 작전을 위해서다. 그러나 속내는 럼스펠트 국방장관의 예고처럼 '긴 전쟁(the long war)'에 대비한 것이다.

긴 전쟁의 목표는 아프간 장악이다. 이를 위해 민심을 얻고 탈레반과 격리시키는 민사작전에 큰 비중을 둔다. 도로 교량 학교 병원 등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지방재건사업에 힘을 쏟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군과 국제안보지원군(ISAF)은 저항세력 소탕보다 지방재건팀 보호에 치중하고 있다. 이 바람에 이탈리아 등의 파병국 지휘관이 전투를 피하기 위해 저항세력에 뒷돈을 건넨 희한한 스캔들이 불거졌다. 부시 행정부의 실패는 이런 아프간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탓이 크다.

라시드는 과거 아프간에서 '큰 게임'을 벌인 영국과 러시아도 아프간 부족을 상대로 은밀한 지원과 매수, 암살 공작에 주력했다고 설명한다. 아프간은 이런 외세 침탈과 오랜 내전을 겪으면서 정체성을 상실했다. 전설적인 무자헤딘도 외세 결탁과 약탈로 파벌의 안녕과 이익을 좇는 무리로 전락했다.

파병에 단단한 각오 필요

탈레반은 운명적 질곡의 타파를 표방하고 이슬람 원리주의를 앞세워 아프간을 통일했다. 탈레반 정권을 몰아내고 꼭두각시 정부를 세운 미국이

거의 온전하게 되살아난 탈레반의 공세에 시달리는 근본일 것이다. 오바마가 미군 4만 명 증파까지 검토하는 것은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이해가 걸린 아프간 경략이 라시드의 경고처럼 마냥 혼돈 속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 혼돈 속에 뛰어들려면 단단한 각오와 준비가 필요하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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