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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위장 11억 보험금 '부부 사기극'…그는 7년간 '화려한 유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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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위장 11억 보험금 '부부 사기극'…그는 7년간 '화려한 유령'이었다

입력
2009.11.0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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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정씨가 살아있단 말입니까?"

금융감독원 보험범죄신고센터 직원은 최근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7년 전 사망한 것으로 처리된 정모(45)씨가 사실은 살아있다는 내용의 제보 전화였다. 제보 내용을 통보 받은 검찰은 보험범죄전담반을 급파했고 실제로 생존 상태의 정씨를 검거했다.

정씨는 2002년 1월 경남 통영 앞바다의 한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던 중 실종됐다. 해양경찰은 당시 장시간 수색을 했으나 그가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의류만 발견했을 뿐 정씨의 소재를 확인하지 못해 사망 처리했다.

완전범죄를 꿈꿨던 정씨의 사기행각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를 한 눈에 알아본 '누군가'의 한 통의 제보 전화로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공소시효 만료를 불과 6개월 남겨 둔 시점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 정씨의 실종은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부부 사기극'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실종 두 달 전에 3개 보험사의 사망보험에 가입했고 실종 이듬해 부인 서모(41)씨는 "남편이 파도에 휩쓸려 사망했다"는 허위 사망신고를 하고 보험금 11억7,400여만원을 받아냈다. 서씨는 한 때 보험설계사였다.

이후 이들 부부는 운전면허증을 위조하고 타인 명의의 휴대폰을 사용하는 등 신분을 세탁해 대전과 부산 등을 떠돌며 도피생활을 했다. 이들은 그 사이 서울과 부산에 아파트와 상가를 매입하고 외제 승용차를 2대씩 굴리는 호사를 누렸다. 정씨는 외제차 동호회에 가입해 자동차 경주까지 하는 등 고급 취미를 즐기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백기봉)는 30일 정씨 부부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정씨의 사고 위장을 도와준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그의 처남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기극으로 타낸 보험금과 재산은 고스란히 압류돼 피해 보험사에 변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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