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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 비상/ 또 하나의 사각지대 '보육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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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 비상/ 또 하나의 사각지대 '보육시설'

입력
2009.11.0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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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영ㆍ유아 보육시설이 신종플루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유치원은 각 지역 교육청이, 어린이집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관리하고 있지만 '휴원 가이드라인'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다. 특히 보육시설은 아이를 맡기는 부모 상당수가 맞벌이다 보니 성급히 휴원할 수도 없어 어려움이 더 크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30일 현재 서울시내 유치원 중 신종플루 발생으로 휴업 중인 곳은 21곳이다. 그러나 어린이집 상황은 서울시가 집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내 어린이집이 5,000여개에 달하지만, 당국의 방치 속에서 보육시설 원장이 자체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이다.

관할 328개 어린이집을 관리하는 송파구청 관계자는 "다음주에 어린이집에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배포할 계획이긴 한데 일일이 관리할 여력이 없다"며 "구체적인 휴원 기준이나 관리지침도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일선 보육시설들은 원장 재량으로 휴원 여부 등을 결정하고 있으나, 환자가 많이 생겨도 쉽게 휴원을 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마포구의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맞벌이 가정은 휴원하면 아이들을 당장 맡아줄 데가 없다 보니 부모들이 신종플루로 휴원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보육시설이 매일 발열체크를 하며 이상 증세가 있는 아이들은 등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맞벌이 부모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구로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맞벌이 부부 자녀가 발열 증상을 보여 어머니에게 연락했더니, 오히려 '우리 아이가 신종플루 환자란 말이냐'며 벌컥 화를 내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들로서도 달리 돌봐줄 사람이 없어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여섯살 난 딸을 둔 맞벌이 주부 김모(35)씨는 "유치원에서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은 있지만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다"며 "아이를 안전하게 맡길 데가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여력이 없으니 불안해도 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역시 맞벌이를 하는 최모(39ㆍ여)씨도 "마땅히 돌봐줄 사람이 없어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이 휴원하면 다른 어린이집에라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부교육청 관계자는 "관할 유치원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최근 증가하고 있지만 막상 휴원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맞벌이 부부를 위해서 가족 간병 휴가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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