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정운찬 총리가 충돌하는 것인가. 요즘 한나라당 주변에선 이런 얘기가 흘러 다닌다. 세종시 문제를 두고 두 사람이 상반된 견해를 공개 표출하는 것을 두고서다. 자칫 갈등 증폭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두 사람이 잠재적 대권 경쟁 상대라는 측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세종시 갈등 양상은 정 총리가 10ㆍ28 재보선 직후 세종시 수정 드라이브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촉발되고 있다. 정 총리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 문제는 정치적 신뢰문제이기 이전에 막중한 국가대사"라며 수정 추진 방침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이 발언은 최근 '신뢰' 문제를 들며 세종시 '원안 플러스 알파(+α)' 입장을 고수한 박 전 대표를 반박한 것이다. 정 총리는 "박 전 대표를 만나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동의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며 설득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정 총리는 30일엔 취임 후 처음으로 세종시 현장을 방문해 "명품 자족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가 총대를 메고 세종시 대안 찾기에 발걸음을 재촉하는 형국이다.
이에 친박근혜계 인사들이 정 총리를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 측근인 유정복 의원은 30일 "정 총리의 상황인식에 중대한 오류가 있을 뿐 아니라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정 총리는) 세종시 건설이 숱한 논쟁 속에 여야 합의로 결정됐고 대통령이 수 차례 국민에게 약속한 것도 모르고 무례함을 범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친박 의원도 "엄청난 진통을 겪은 세종시 문제의 맥락은 생각 않고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한 수도권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잘 모르고 있거나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 소신을 밝힌 것이 아니다. 설득하겠다는 식의 언급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신뢰와 국가대사를 대비시킨 것 자체가 어폐", "재보선 패배 원인을 제공한 데 대해 자숙이 필요하다" 는 등의 비판도 나왔다.
이런 분위기는 결국 향후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 심각한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경우에 따라 계파간 갈등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세종시가 어떤 식으로 최종 결론 날지에 따라 두 사람의 입지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박 전 대표는 3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불교행사인 '백고좌대법회'에 참석한다. 재보선 이후 첫 공식 일정이어서 현안에 대한 추가 언급이 있을지 주목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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