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전력산업 구조 바꾸려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전력산업 구조 바꾸려면

입력
2009.11.01 23:38
0 0

전기도 시장에서 사고 판다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할 것이다. 누구나 항상 전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 전기가 어떤 경로로 우리 집까지 오는지를 전문가 외에는 정확히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전기가 발전소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우리가 발전소로부터 직접 전기를 사는 것은 아니다. 한국전력에서 전기를 구매한다.

시장경쟁 없는 전기거래

한전은 발전회사에서 전기를 사서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그러므로 한전과 발전회사 사이에는 전기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그 시장에서 전기거래를 성립시켜주는 기관은 전력거래소이다. 주식거래가 증권거래소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전기거래에서 공급자는 발전회사이고 수요자는 한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기시장은 매우 이상한 구조로 되어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동일인이다. 공급자인 발전회사는 수요자인 한전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우리 전기시장은 자기 상품을 자기가 구매하는 형국이다. 한전이 자기네 회사인 발전회사에서 사오는 시장 아닌 시장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전기시장이 이처럼 기형적인 구조로 된 것은 정권의 기회주의적 계략과 정부의 무책임 때문이다.

전력산업은 자연독점산업이라고 해서 과거에는 한전이 생산과 공급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술발달과 더불어 전기산업도 자연독점성이 사라지고 경쟁의 도입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전력산업에도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여기에 발맞추어 우리나라도 발전부문을 한전으로부터 분리시켜 한전이 발전회사로부터 전기를 사도록 하는 전기시장을 만들었다. 발전회사들끼리 경쟁을 시키기 위해 한전에서 분리된 발전회사는 다시 여러 개의 회사로 분할하였다. 한전은 경쟁 베이스에서 여러 발전회사로부터 전기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분리된 발전회사가 제3자에게 매각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발전회사와 한전 사이에 진정한 시장이 성립될 수 있다. 10여 년의 깊이 있는 연구와 조사를 거쳐 특별법까지 만들어 이러한 시장 도입 작업이 추진되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노무현 정부 들어 중단되고 말았다. 발전회사 매각 작업이 중단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발전회사들은 한전의 100% 자회사로 계속 남아 있다.

그러면서 한전은 발전회사로부터 전기를 사오는 우스꽝스런 시장을 만들어 놓고 있다. 여기에는 경쟁도 있을 수 없고 시장효과도 있을 수 없다. 사장 자리만 늘어나고 조직만 중복되어 비효율성만 증대되고 있다.

이 매각 작업을 위해 만들었던 특별법도 금년 말로 그 시한이 끝나는 만큼 이 작업은 어차피 다시 시작 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전기시장을 만드는 일이 완벽하게 마무리되어야 한다. 시장경제를 금과옥조처럼 외치고, 노무현 정권이 했던 일은 모두 비난하던 지금 정권도 이 일만큼은 노무현 정권과 궤를 같이 해 왔다.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앞 정권이 잘못 갔던 길을 이번 정권도 계속 가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급한 한전 자회사 매각

이제 발전회사를 한전으로부터 완벽하게 분리시키는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이다. 분리된 발전회사를 모두 매각하기 어렵다면 하나라도 빨리 매각해야 한다. 한 개라도 민간 발전회사로 탈바꿈한다면 전기시장은 상당한 수준의 경쟁시장으로 변모할 것이다. 그것이 쉽지 않다면 한국수력원자력 하나라도 한전에서 완전히 독립된 별도의 공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바로 진정한 공기업 개혁이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