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 한상대회가 27~29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렸다. 국내외 합쳐 약 3,500명이 참여한 이 행사는 세계도시축전 등을 통해 송도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려는 인천시에 상징적 도움이 되었을 법하다.
이런 행사의 유치가 단순히 상징성에 그치는 것이 아님은 내년 행사를 유치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치열한 경쟁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리 대단한 규모도 아닌데도 유치경쟁은 뜨거웠고, 결국 대구가 승리해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이어 또 한 차례 개가를 올렸다. 이런 열의가 지역 이기주의에서 비롯했음은 물론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말로 하더라도 이익이 될 만한 일을 남에게 주지 않겠다는 속뜻은 가릴 수 없다.
그러나 지자체의 이런 열의가 생활의 향상을 기하려는 주민의 정당한 주장과 그런 권리 주장을 보호해야 할 지방 정부의 책임이 결합한 결과라면 비난의 대상일 수 없다.
'행정 비용'이란 쭉정이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논란을 특정의 지역이기주의와 이른바 '국가 백년대계'의 충돌이라고 보면 선택하고 자시고가 없다.지역이기주의나 그와 결합한 대중추수주의는 배척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국가 백년대계'가 빛 좋은 껍데기일 뿐 실은 특정 집단이나 다른 지역 이기주의의 반영이라면, 늘 봐 오던 이해 충돌의 한 형태일 뿐이다.
10ㆍ28 재보선으로 심상찮은 민심의 흐름을 읽은 청와대가 뒤늦게 함구령을 내리긴 했지만, 세종시에 대한 청와대의 구상이 그 동안의 '원안'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다. 총리 후보자 시절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취임 이후에도 거듭되고 있는 정운찬 총리의 '일탈'을 방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무총리의 최대 책무는 '대통령 보좌'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수정안'이 관심을 끄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청와대 '수정안'이 내세울 정당화 논리도 크게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나름대로의 논리적 정당성 주장을 수반한 수많은 수정안이 거론돼 왔기에 그 교집합은 이미 드러나 있다. '수정안'의 최대 핵심은 원안대로 중앙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할 경우 '행정 비용'이 커서 국가 백년대계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범주와 내용이 모호한 '행정 비용'에 포함된다고 예시된 것이라고는 장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의 국회 출석이나 국무회의 참석에 따른 시간과 돈의 낭비가 고작이다. 선뜻 국가 백년대계와의 연관성이 떠오르지 않는다.
국회 출석에 들여야 하는 시간과 경비는 과천이나 세종시나 큰 차이가 없다. 설사 한 시간이 더 걸린다고 치자. 아침에 조금 일찍 집을 나서고, 조금 늦게 들어가면 그만이다. 그걸 가지고 행정 비용 운운하며 국가 백년대계를 말한다면 국회 회기 중이 아니라 1년 365일을 서울 외곽에서 1시간 30분 넘게 걸려 출퇴근하는 수많은 월급쟁이들은 국가적 재앙을 겪고 있는 것인가. 국회 출석 자체가 귀찮아서가 아니라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회 출석은 고위 공직자의 당연한 의무이고, 그런 시간과 경비를 들여서라도 국회가 행정을 감시ㆍ견제하는 게 국리민복에 낫다는 헌법적 합의의 결과였다. 국무회의 관련 비용 운운은 더욱 한심하다. 그렇게 떠들던 화상 통화니, 화상 회의니, 행정 정보망이니 하던 얘기는 다 무엇이었나. 글로벌 기업은 이미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의사소통, 정책결정 관행을 정착시켜 가고 있다.
'이해 충돌'호도 말아야
'수정론'의 실질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공직사회의 현상유지 우선 체질로 보아 부처 이전은 이만저만한 심리적 부담이 아니다. 청와대 근처로 간다면 감수하겠지만, 지방 행이니 도무지 달갑지 않다. 민간 관련 업체의 자세도 다르지 않다. '교육 1번지'로 과장된 강남과 멀어지는 것도 심리적 부담이 클 만하다.
이들은 이기적 욕구를 감추지만 충청 민심은 이를 가리지 않는다는 차이를 빼고는 전형적 이해 충돌이다. 본격적 논란에 앞서 이것부터 확인해 두자.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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