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베델 지음ㆍ박종일 옮김/인간사랑 발행ㆍ331쪽ㆍ1만5,000원
한국의 대중은 과학과 정치의 불온한 관계에 대해 비교적 높은 인식을 갖고 있다. 황우석이라는 비뚤어진 과학자 덕일 것이다. 과학이 정치성을 띠게 될 때, 또는 정치적 목적에서 과학을 이용할 때 벌어지게 되는 사단을 톡톡히 겪었다. 지난 26일 법원의 유죄 판결로 이 난리는 3년여 만에 1차 매듭을 지었지만, 여파는 여전히 잠복 중이다.
<정치적으로 왜곡된 과학 엿보기> 는 정치에 의해서 과학이 왜곡되고, 과학적 사실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취사선택되는 현실을 고발하는 책이다. 저자 톰 베델은 '아메리칸 스펙테이터'지의 편집주간으로 철학과 자연과학을 폭넓게 공부한 학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과학이 정치의 유혹에 취약한 원인으로 그가 짚는 것은 바로 저널리스트의 무지, 혹은 저널리스의 정치성이다. 정치적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왜곡된 과학의 사례는 넓은 외연을 이룬다. 줄기세포 연구나 '유익한 화학물질'처럼 전세계의 운동가들에 의해 널리 비판받는 것도 있지만, 지구 온난화처럼 그 대척점에 선 것들도 포함된다. 이 점은 스스로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여기는 많은 독자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데, 저자의 주장은 어떤 정치적 '관점'으로도 과학의 '사실'을 비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온난화 문제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목청을 가장 높이는 사람들은 25년 전 지구 냉각화를 걱정하던 사람들이다. 기후과학 자체가 불확실한 것이며 온난화를 경고하는 사람들은 그 정치적 의도가 밝혀졌다." 이를 막는 것이 저널리스트의 존재가치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편애가 사실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저널리스트들은 좀 더 의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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