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적을 가진 재일동포로는 처음으로 도쿄대 교수가 된 강상중(59)은 남북한 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문제와 재일동포 차별 문제에 대한 활발한 발언으로 유명하다. 일본의 근대화 및 전후 문제를 차분하고 지적이며 세련된 태도로 분석해 일본의 지식인들로부터도 주목을 받고 있다.
강상중의 책 두 권 <청춘을 읽는다> (돌베개 발행)와 <반걸음만 앞서가라> (사계절 발행)가 동시에 나왔다. 반걸음만> 청춘을>
<청춘을 읽는다> 는 재일 한국인 2세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방황하던 청년 강상중의 독서체험기다.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 , 보들레르의 <악의 꽃> , 지명관의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의 사상> ,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등 다섯 권에 관한 그의 생각이 들어있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일본의> 한국으로부터의> 악의> 산시로> 청춘을>
<산시로> 는 대학 진학을 위해 도쿄로 갔던 강상중의 젊은 날과 겹쳐있다. 나쓰메 소세키가 전쟁의 승리에 들뜬 근대 일본의 불안한 미래를 예감했듯, 강상중은 그의 책을 읽고 거품 호황에 흥청거리는 도쿄를 불길하게 바라보았다. 한국의 민주화운동 소식을 지명관이 일본 잡지 '세카이'에 연재한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을 강상중은 "나를 단련시킨 기록"이라고 고백한다. 한국으로부터의> 산시로>
그 글이 연재되고 있을 즈음 그는 처음 한국을 방문했고 그것을 계기로 일본 이름을 버리고 한국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악의 꽃> 은 삶의 의미와 방법론을 고민하게 했고 <일본의 사상> 은 사회 현상을 객관적으로 보는 방법을 가르쳤으며, <프로테스탄티즘의…> 는 강렬한 빛이 됐다고 강상중은 말한다. 청년 강상중이 세상에 맞설 준비를 하게 한 책들인 셈이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일본의> 악의>
<반걸음만 앞서가라> 는 리더십에 관한 강상중의 생각을 담고 있다. 앞부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올해 4월 나눈 대담이 들어있다. 그는 2006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김 전 대통령과 대담했다. 강상중은 "나는 민중의 반 걸음 앞을 걷는다"는 김 전 대통령의 말에서 감동을 받았다며, 국가의 리더는 카리스마형이나 CEO형처럼 다른 사람에게 뒤를 따르라고 하는 게 아니라 국민과 전통과 공동체 속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반걸음만>
일본 지도자들의 리더십을 비판하기도 한다. 대중적 인기가 대단했던 고이즈미 전 총리에 대해 그는 제스처와 구호로 인기를 모았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서 쇼맨십 같은 리더십으로는 사회를 이끌 수 없다고 지적한다.
강상중은 지금은 초인적 리더십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선견력, 목표설정력, 동원력, 의사소통능력, 매니지먼트 역량, 판단력, 결단력 등 일곱 가지 덕목을 '리더 파워'로 제시한다. 이런 덕목으로 역사와 승부해야 진정한 리더라고 강조한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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