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럭서스'에서는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을 풍자하는 음악활동이 중요하고도 새로운 이벤트였죠. 50년이 지나 백남준이 역사가 된 지금, 나 필립 코너는 백남준을 풍자하는 것이 중요한 활동이 됐습니다."
196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던 국제적 전위예술운동인 플럭서스의 창립 멤버로 백남준(1932~2006)과 함께 활동했던 필립 코너(76)가 백남준에게 바치는 공연을 연다.
경기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31일 오후 '백남준에게 경의를'이라는 주제로 여는 공연을 위해 방한한 코너는 3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공연은 '백남준의 정신'과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공연은 '액션 듀엣 프로그램'으로 코너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그의 부인 푀브 네비가 무용을 하며, 해프닝을 뒤섞는 퍼포먼스로 펼쳐진다.
코너는 백남준을 위해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을 새롭게 해석한 '백남준 식으로'라는 피아노곡을 작곡했고, 백남준은 그에게 '필립 코너 식으로'라는 곡을 만들어주는 등 두 사람은 각별한 교분을 나눈 사이였다.
그는 간담회에서 1962년 백남준과 함께했던 '세컨드 퍼포먼스'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피아노가 가운데에 놓여있는 무대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뛰어갔다 온 뒤 다시 무대 끝에서 끝으로 돌아와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들어올렸지요. 지쳐 쓰러질 때까지 공연했지요."
코너는 백남준을 평가해달라는 말에 "베리 하이(Very High)"라고 답한 뒤 "그는 진정한 예술은 '개념'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 인물"이라고 평했다. "이를테면 백남준의 작품 '촛불 TV' 같은 것은 누구나 만들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지만, 삶의 방식에서 그런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촛불 TV'는 브라운관을 뜯어낸 망가진 TV의 텅 빈 공간에 실제 촛불을 켜놓은 작품이다. "낡은 TV케이스에 초를 넣으면 그게 작품이 된다는 것, 진정한 예술은 개념이고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백남준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코너는 부연했다.
1960년 미군으로 한국에 파견돼 근무한 코너는 당시 군인 신분으로 YMCA에서 피아노 연주회를 열고 현대음악가 올리비에 메시앙의 '모드와 음가의 강도'를 소개하기도 한 인물. 그때 우리 정악과 서예를 배우기도 했으며 '관폭'이라는 한국 이름도 가지고 있는 지한파 예술가이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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