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면 만들수록 손해가 나는 제품을 10번째 만드는 회사가 있다.
매일유업은 1999년 10월부터 선천성대사이상질환(PKU)을 앓는 유아를 위한 분유 등 8종의 특수분유를 생산하고 있다. PKU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페닐알라닌을 섭취하면 체내에 쌓여 성장장애, 뇌 손상 등을 일으키는 유전질환으로 국내엔 200명이 채 안 된다.
매일유업 특수분유의 한해 소비량은 2,500캔 수준. 그러나 공정시스템상 최소 생산단위(매년 2만캔)를 맞춰야 하는 탓에 1만7,500캔은 전량 폐기할 수밖에 없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다.
생산과정도 험로다. 일단 모든 공정을 중단(정상가동 불가능)해야 하고, 아미노산 제한 때문에 분유 종류별로 각각 세척에 4~5시간, 혼합에 1~2시간을 더 들여야 한다. 최소 3만캔 이상 만들어야 석판인쇄(자동포장)가 가능한데 생산량이 2만캔에 불과하니 라벨도 일일이 손으로 붙여야 한다. 박정식 연구원은 "생산라인을 축소할 수도 없어 해마다 특수분유를 만드는 시점엔 공장이고 연구소고 모두 비상"이라고 했다.
손실과 불편을 감수하는 이유는 매일유업의 사훈(봉사와 신뢰)이 일러준다. 김정완 매일유업 대표는 "특별한 분유가 꼭 필요한 아기들의 처지를 외면하지 않고 아이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겼던 선친(김복용 회장)의 유업을 이어받아 힘이 닫는 한 계속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CJ제일제당도 PKU 환자를 위한 '햇반 저단백밥'을 선보였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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