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은 다음달 7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를 앞두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탈레반은 29일 결선투표를 완전히 무산시키기 위해 유엔 등 국제기구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탈레반 대변인인 유수프 아마디는 이날 "우리는 선거를 무산시킬 새로운 계획과 전술을 갖고 있다"고 장담했다.
이에 앞서 28일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유엔숙소에 공격을 가해 유엔 직원 6명을 포함해 최소 12명이 사망하는 등 이미 공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 8월 대선 1차 투표를 전후해 200회에 가까운 선거방해 공격을 감행한 바 있다.
대선이 무사히 치러지더라도 전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민심이 급격히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아프간 국민들에 대한 여론조사결과 미국의 지원을 받는 현 아프간 정부의 부패와 광범위한 선거부정으로 인해 점점 더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와 지지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황한 미국은 탈레반 조직원에 대한 매수작전에 나설 정도로 궁지에 몰려있다. 확정된 내년 미국 국방예산 중에 '지휘관 비상대응 프로그램'이라는 명목으로 책정된 13억달러가 이 매수작전을 뒷받침할 자금이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조차 "아프간 탈레반의 가치관은 현지 주민과 밀착돼 있어 매수작전이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며 회의적이다.
동맹국들의 협조도 기대난이다. 미국은 지난 23일 슬로바키아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NATOㆍ나토) 국방장관회의에서 아프간 추가파병을 요청했으나 영국을 제외한 어떤 나라로부터도 구체적 증파 약속을 얻어내지 못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회의가 끝난 후 "아프간에서의 궁극적 목표는 아프간 정부가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라는데 폭넓은 공감대가 있었다"는 냉랭한 발표를 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추가 파병은 없다고 못박았으며, 독일은 12월 의회의 파병기간 연장안 결정 때까지 증파 결정을 미루고 있다.
미국은 내달 3일 워싱턴시에서 열리는 미-EU 정상회의에서 다시 한번 아프간 파병을 요청할 계획이지만, 미국 정부조차 반대여론에 밀려 증파 규모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설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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