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 인근에 바나야 교도소가 있다. 경관도 좋고 조경도 잘 돼 있어 우리의 전원주택 단지와 흡사하다. 담장이 없어 오히려 더 자유로워 보인다. 수형자들은 주 39시간씩 일하며 시간당 4유로(약 7,000원)의 급료를 받는다. 여성은 자녀를 키울 수 있고 별도의 양육비를 받는다. 일반 쇼핑센터에 가서 필요한 물품을 자유롭게 구매하는데, 교도관의 업무는 쇼핑센터 입구까지 동행하는 운전사(?) 역할이 전부다. 외부 직장에 통근하는 경우, 위치추적 휴대전화(GSM)로 3시간마다 간단한 통화만 하면 된다. 개방교도소의 모델로 정평이 난 곳이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과 짐바르도 교수가 1971년 '교도소 실험'을 했다. 심리적으로 정상적인 일반인 가운데 자원을 받아 임의적으로 죄수와 교도관으로 나눴다. 실제 교도소와 동일한 환경으로 2주일 동안 역할실험을 계획했으나 1주일 만에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죄수 역할자들이 극도의 불안과 혼돈을 느껴 실제로 자아정체성을 잃고 무기력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교도관 역할자들은 권위를 누리며 가학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을 실험실 밖에서까지 드러냈다. 감금은 강력범 등으로 최소화하자는 인식이 높아졌고, 도처에 개방교도소가 지어지게 됐다.
▦우리의 경우 1988년 11월 30일 충남 천안시에 개방교도소가 처음 문을 열었고, 아직은 유일하다. 유럽의 개방교도소에 비하면 미흡하지만 의미 있는 '열린 교정'을 실현하고 있다. 외부 통근작업, 귀휴 및 외박, 가족 합동접견 등이 가능하다. 사회봉사활동이나 한자 컴퓨터 교육도 한다. 지난 달엔 중ㆍ장기 수형자들을 위해 사회적응훈련원도 만들었다. 기수 별로 30명씩 180명이 6개월간 훈련을 받는다. 모형 대중교통시설에서 사회 체험도 하고, 교통카드 현금카드 은행통장도 만들어 써 보게 한다. 내년엔 '종합 체험 생활관'도 증축할 예정이다.
▦지난 26일 그 천안개방교도소 잔디광장에서 출소예정자 취업박람회가 열렸다. "3년 동안 많이 생각하고 많이 배웠다. 열심히 일하겠다." 취업을 약속 받은 어느 재소자의 말이다. "출소 후 6개월이 가장 힘들다. 일자리를 많이 못 주지만 잠시 기거할 곳이라도 제공하고 싶다." 스스로 전과자임을 밝힌 어느 사장의 말도 따뜻했다. 가석방이 가능한 과실범 등이 대상인데, 그 폭을 좀더 넓히고, 기업들의 참여도 더 많아지면 좋겠다. 예산지원이 늘어나면 더욱 좋겠다. 이 행사가'제1회'라는 것이 의외였지만, 앞으로 수시로 열리면 더더욱 좋겠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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