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대륙이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아시아와 교역량이 많은 페루 브라질 칠레가 유난히 빠르게 소생하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중국이 엄청난 양의 광산물과 에너지, 농산물을 빨아들이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 지역에 공산품을 대규모로 수출하고 있어 나름대로 윈-윈 게임이다.
중남미 전문가들은 라틴아메리카에 새로운 '토르데시야 선(Tordesilla Line)'이 그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토르데시야 선은 아메리카 대륙 정복을 다투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1494년 양국간 조약으로 대륙을 동서로 분할한 선이다. 이 조약에 따라 포르투갈은 대서양 쪽의 브라질을 얻었고, 스페인은 나머지를 지배하게 되었다.
지금 그려지고 있는 새로운 토르데시야 선은 상품의 연계망으로 결정되는 경제지리적 개념이다. 엄청난 양의 철광석과 대두(콩)를 중국에 수출하는 브라질은 태평양권 라틴아메리카 국가군에 속하게 됐다. 조만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브라질의 최대 교역국이 될 것이다. 이처럼 대서양 경제권이 약화하고 태평양 경제권이 부상하자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일제히 아시아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최근 광산물 수출경제인 칠레와 페루에서는 중국이 국가호감도 조사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일본이 페루에서 1위, 칠레에서 6위를 차지했다. 오랫동안 선두권이던 미국과 유럽 국가의 상대적 선호도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인 멕시코에서 7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칠레에서도 8위에 머물렀다.
한국의 선호도는 대체로 10~13권 수준이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좋은 기록을 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백색 가전, IT, 자동차, 건설 산업 등의 성장에 따라 기업 이미지가 크게 좋아진 때문일 것이다. 국가 브랜드보다 삼성, LG, 현대, SK 등의 기업이미지 효과를 많이 보고 있는 셈이다. 우리 기업들도 '라틴 비즈니스'가 붐이다. 브라질 상파울루-리우데자네이루 고속철 건설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고, 브라질 석유산업계는 우리 기업의 참여를 바라고 있다. 교역량과 흑자 폭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우리 정부도 다각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순방외교와 무역사절단 파견 등으로 분주하다. 페루와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전방위 경제협력에 합의했다. 페루는 최근 7년 동안 연평균 7%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한국과 브라질이 수교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와 관련한 학술대회, 영화제, 브라질 올스타 콘서트, 출판 등이 줄을 잇고 있다. 11월 10~11일에는 중남미 지역 12개국 장관급 인사 20여명이 참석하는 <2009 한-중남미 고위급 포럼>이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이 행사는 우리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정치, 경제, 통상, 문화,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라틴아메리카는 2010년 독립 200주년을 맞는다. 이에 따라 문화ㆍ학술 분야의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릴 것이다. 우리도 정부와 학계, 재계, 문화예술계, 언론계가 머리를 맞대고 <라틴아메리카 주간> 과 같은 이벤트를 기획하면 좋을 것이다. 태평양경제권으로 편입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를 끌어들이는 시너지 효과를 클 것으로 본다. 라틴아메리카>
이성형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HK(인문한국)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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