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굿판 '햄릿'이다. 한국 전통 악가무(樂歌舞) 극단 특유의 연기술과 '햄릿'이 어떻게 융화될지를 증명할 자리다. 오필리어의 장례식에는 생과 사를 구획 짓지 않는 우리 전통 관념이 삼투된다.
극단 연희단거리패가 1996년 이래 올려 온 '햄릿'을 다시 상연한다. 이 극단의 '햄릿' 공연사를 통틀어 13번째가 되는 이번 무대는 우리 무속적 유산에 대한 애정이 물씬 풍긴다. 특히 햄릿이 삼촌의 패륜을 밝혀내는 극중극 대목이나 햄릿의 기행에 절망해 죽음을 택한 오필리어의 장례식 대목 등은 원작에 가득한 북유럽의 냉기를 한국의 풍성한 연극 자산으로 되살려낸 이 극단만의 명장면으로 각인돼 있다. 그것을 두고 '연희단 거리패의 메소드 연기'라는 관용어까지 붙었다.
이 무대는 2010년 4월 루마니아에서 열리는 제7회 국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 최근 공식 초청됨에 따라 더욱 무게가 실린다. 세계 각국의 '햄릿'을 선정해 벌어지는 이 페스티벌은 독일, 리투아니아 등지의 대표적 연출가들이 가장 최근에 만든 '햄릿'의 경연장으로 세계 연극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대는 또 게릴라극장을 세우며 "탈(脫) 대학로"를 부르짖어 온 연희단거리패의 의지를 더욱 선명히 부각시킬 계기다. 고승길 중앙대 연극학과 교수가 정년 퇴임과 함께 개인 재산으로 게릴라극장 건너편에 만든 눈빛극장이 3년 동안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 사건'을 화제 속에서 공연한 뒤 올리는 작품이다. 윤정섭 김소희 이승헌 등 출연. 11월 5~22일. 화~금 오후 7시 30분, 토ㆍ일 4시. (02)763-1264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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