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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프란체스카·육영수… 역대 영부인 의상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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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프란체스카·육영수… 역대 영부인 의상 한자리에

입력
2009.10.3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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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부인들이 입었던 의상들을 만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패션협회(회장 원대연)와 롯데백화점이 공동 주최해 29일부터 롯데백화점 애비뉴엘 9층 아트갤러리에서 펼치는 '한국 패션 100주년 특별전시회'다.

전시의 물자 부족이 낳은 1940년대의 몸빼, 50년대 상류층의 상징이었던 벨벳 의상, 60년대 미니스커트, 70년대 판탈롱, 80년대의 파워수트 등 시대별 패션 트렌드를 보여 주는 옷들이 전시되고 윤복희 고두심 김혜자의 젊은 시절 옷과 역대 미스코리아들의 드레스 등 한국 패션 100년사를 화려하게 수놓은 다양한 의상들이 선보인다. 이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영부인들과 영욕을 함께 한 '영부인 의상' 코너다.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비인 이방자 여사부터 이승만 전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 윤보선 전 대통령 부인 공덕귀 여사,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영부인인 박정희 전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등이 직접 또는 측근을 통해 기증한 의상들은 엄격한 의전 속에 감춰진 영부인들의 소박하면서 고단한 삶을 보여 준다.

오스트리아 출신이었던 프란체스카 여사에게 동양의 가난한 나라 영부인으로 살기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이방인을 대하는 국민들의 냉담한 시선을 극복하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무려 39년을 입었다는 회색 투피스는 목깃 접히는 부분이 닳는 것을 막기 위해 수십 번 천을 덧댄 자국이 선연하고, 치마에는 무궁화 무늬가 든 안감이 덧대져 있다. 전시회를 주관한 김용희 한국현대의상박물관 실장은 "무궁화 무늬가 든 안감을 떼어다가 모든 치마에 그 안감을 덧대 사용했던 것을 보면 한국인으로 살기 위해 참 노력을 많이 하신 분이었구나 싶다"고 했다.

육영수 여사 측이 기증한 원피스는 언론 보도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낯익은 옷이다. 공식석상에서 늘 한복 차림이었던 육 여사의 몇 안 되는 양장 차림으로 허리를 꼭 죄고 치마는 풍성하게 퍼지는 60년대 플레어 원피스. 당시 유행하던 흰색 바탕에 검은 색 '땡땡이'(물방울 무늬)가 들었다. 육 여사가 국제양장사에서 2벌을 맞춰 번갈아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자 여사가 기증한 투피스는 86년 벨기에 농아학교 방문 시 착용했던 것으로 80년대 파워수트의 전형을 보여 준다. 패드를 넣어 넓게 강조한 어깨와 넥타이를 곁들인 투피스. 김 실장은 "이 여사는 당대의 유행 선도자였다"며 "흑백에서 칼라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대담하고 화려한 패션을 선보였는데 당시만 해도 패션은 사치라고 백안시하는 풍토였기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많았다" 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희호 여사가 1982년 청와대 앞마당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에 입었던 비둘기 색 투피스, 권양숙 여사가 2007년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 방북했을 때 입었던 자주색 투피스 등이 전시됐다.

김 실장은 "영부인들의 옷은 대부분 유명 브랜드가 아닌 소규모 양장점에서 맞춘 것들이어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려 한 그분들의 담백한 마음을 엿보게 해 준다"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왜 카를라 브루니, 미셸 오바마 같은 패셔니스타 영부인이 없을까 생각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영부인들의 옷 앞에서 한국사의 질곡을 되짚어 볼 일이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 계속된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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