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청동과 안국동이 단순히 예쁜 산책로와 맛집 거리에 그치는 건 조금 불행한 일이죠. 전통이 숨쉬는 이 거리가 '윤리'와 '공정'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 거리로 자리잡는 게 목표입니다."
삼청동과 안국동 일대가 이번 주말 '공정무역(fair trade) 거리'로 깜짝 변신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카페와 패션 전문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이 거리에 공정무역의 향기로운 나눔 문화를 퍼뜨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마련한 사람들은 자칭 공정무역거리추진위원회.
안국동에서 나눔 문화를 확산시켜 온 '아름다운가게'의 '아름다운커피, 기아 대책 '행복한나눔', 공정무역업체 '이매진피스'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 등 8개 단체가 연합한 단체다. 이들은 공정무역 거리 조성의 기반을 닦기 위해 30, 31일 이 일대에서 대대적인 공정무역 체험 이벤트 '워킹 페어 트레이드'(Walking Fair Trade)를 펼친다.
공정무역 거리의 발상은 세계적으로 500여 개 이상의 마을과 지역공동체가 참여하고 있는 공정무역 캠페인에서 따 왔다. 2000년 영국 랭커셔의 작은 마을 가스탕 지방정부는 '공정무역 마을'을 선언했다.
공정무역 마을이란 명칭을 붙인 것은 공정무역에 대한 지방정부와 마을 주민의 확고한 지지의 표현인 동시에 마을에 새로운 상징을 부여하는 행위였다. 마을에는 윤리적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순례자처럼 찾아왔다.
영국 수도인 런던 역시 지난해 10월 '공정무역 도시'를 선언했다. 런던은 또 최소한 750개의 소매점과 375개의 요식 업체가 공정무역 상품들을 판매토록 하고,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공정무역 캠페인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조례를 발표했다.
추진위 소속 이미영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 대표는 "공정무역의 선두 주자인 영국 만큼은 아니더라도 한국형 공정무역 거리를 조성키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이번 행사가 그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첫 공정무역 거리 조성지로 삼청동과 안국동이 꼽힌 것은 대부분의 국내 공정무역 단체들이 이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데다 문화와 패션의 거리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킹 페어 트레이드 행사는 말 그대로 걸으면서 공정무역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된다. 삼청동과 안국동 일대 카페 곳곳에서 행사 기간 공정무역 커피를 10% 할인된 가격에 맛볼 수 있으며 행사 홍보 부스에서는 공정무역 재료 아이스크림 무료 시식회도 열린다.
30일에는 공정무역 업체인 이매진피스가 진행하는 플래시몹 형태의 거리공연이 진행되고 카페 '연두'에서는 공정무역 세미나가 열려 국내 공정무역 단체와 활동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세미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공정무역 커피 전문 바리스타가 블렌딩한 네팔ㆍ동티모르ㆍ멕시코산 원두커피 시음회도 진행된다. 31일에는 밴드 '신촌음악단'의 순회공연이 곁들여져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일정 중에 공정무역 카페나 가게를 방문하는 모든 방문객에게는 공정무역 상품과 기념품이 담긴 꾸러미가 선물로 증정된다.
이혜란 추진위 간사는"공정무역에 대해 들어는 봤어도 막상 왜 공정무역이 중요한지, 어떻게 동참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직접 체험을 통해 윤리적 소비의 즐거움을 깨닫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공정무역 거리 조성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행사 후 서울시와의 협의를 거쳐 내년 초께 공정무역 거리 선포식을 가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 워킹 페어 트레이드 참가 카페 및 가게들
사막 (02)734_3477
모란 (02)723_8855
민들레영토 북촌점 (02)745_5235
송스키친 (02)720_1719
포티올리(02)730_5349
꿈꾸는여우 (02)725_2796
정독다방 (02)3672_2962
베네 (02)738_9429
커피팩토리 (02)722_6269
연두 (02)736_5001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 (02)739_7944
아름다운커피 안국점 (02)747_5004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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