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당은 늘 여당이라고 자만하며 정권운영에서 교만했는지 모른다." 28일 일본 국회 중의원 본회의장에서 전날 하토야마(鳩山) 총리의 소신표명 연설에 대한 대표질문을 하기 위해 등단한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총재가 처음 꺼낸 말은 자민당 정치에 대한 반성이었다. 자민당이 야당으로 전락해 국회 대표질문에 나선 것은 1994년 5월 하타(羽田) 정권 이후 15년만이다.
다니가키 총재는 하지만 곧이어 "선거 때부터 자민당에는 불만, 민주당에는 불안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나돌았다"며 "민주당에 장래를 맡기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다니가키 총재는 민주당의 총선 공약을 '양두구육(洋頭狗肉ㆍ선전에 비해 내실이 없음)'이라고 비판하며 재정 악화 문제와 미일 동맹의 불협화음을 집중 추궁했다. 95조엔 규모의 각 부처 예산 요구와 관련해 "민주당은 고복지ㆍ저부담으로 나라를 존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뒤 결국 증세 등으로 "국민에게 큰 부담을 안기는 것이 된다"고 주장했다.
대미 외교에서는 하토야마 정부가 미국과 의견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 이전 문제와 관련해 "한발 잘못 디디면 미일 신뢰관계에 균열이 생겨 안전보장정책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위기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기세 좋게 민주당을 추궁했던 자민당은 "이런 문제들이 도대체 누구의 잘못 때문에 생긴 것인가"라고 되묻는 하토야마 총리의 역공에 일순 당황하는 분위기였다.
하토야마 총리는 답변에서 재정 악화에 대해 "이런 재정을 만든 게 누구냐"며 "지금까지의 정관유착에 선을 긋고 발본 개혁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후텐마와 관련해서도 "이전 문제를 10년 동안 결론 내지 못한 것은 어느 정권인가"라고 되물으며 자신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자신의 정치자금 위장기재 문제에 대해선 "국민의 정치 불신을 초래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력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