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는 금융정책과 감독업무를 '경제' 아닌 '정무(政務)'로 다룬다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실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관할하는 국회 상임위원회는 현재 정무위원회로 되어 있다. 물론 '정무위' 명칭에 큰 의미를 둘 필요도 없고, 또 정무위라고 모든 사안을 정무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금융위와 금감원이 이 상임위에 있다는 것은 좀 어색해 보인다.
사실 금융위ㆍ금감원의 상임위 소속이 잘못되어 있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경제정책이 효율적으로 조율되고 집행되려면 ▦재정을 포함해 거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 ▦금융정책을 주관하는 금융위가 3박자를 잘 맞춰야 하는데, 유독 금융위만 정무위에 배속되어 있다 보니 이런저런 불편이 있었다(재정부와 한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다). '상임위가 어디인들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책결정과 입법과정상 국회 심의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금융위도 재정부ㆍ한은과 같은 상임위에서 다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최근의 금융감독체계 개편논란은 이런 상임위 이슈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금융감독체계만 개편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상임위 소속도 개편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무작정 '밥그릇 다툼'로 몰아붙일 수는 없겠지만, 금융감독체계 개편작업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당사자간 '파이' 싸움인 까닭이다. 감독권이 없는 한국은행은 그것을 갖고 싶은 것이고, 감독권한을 독점한 금융위ㆍ금감원은 나눠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재정부는 나라경제를 총괄하는 입장에서 이런 문제로 인해 파열음이 튀어나오는 게 싫은 것이다.
권한을 나누는 문제라 애초 접점 찾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더 꼬이게 한 것은 상임위였다. 어차피 법개정은 국회의 몫인 만큼, 의원들이 의지만 있었다면 감독체계개편은 가능했을 터. 하지만 소속 상임위가 다르다 보니, 기획재정위는 한은의 손을 들어주고 정무위는 금융위ㆍ금감원의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됐던 것이다.
정부는 내년에 종합적 감독체계개편안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골칫거리를 미뤄둔 것 밖에는 안된다. 해를 넘긴다 해서 한은과 금융위ㆍ금감원이 자기 몫을 포기할 리 없고, 기획재정위와 정무위 역시 '제 식구'를 내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금융위가 정무위로 들어간 것은 정부직제상 총리실 소속기관이기 때문이다. 기능적 아닌 기계적으로 배속된 것이다. 하지만 꼭 감독체계문제가 아니더라도 국회가 경제정책을 보다 꼼꼼하게 감시하려면, 재정ㆍ통화ㆍ금융정책을 종합적으로 따지려면, 이젠 재정부ㆍ한은ㆍ금융위를 같은 상임위(기획재정위)에서 맡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물론 정무위로선 '금융'을 잃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것이 대승적이다. 정 어렵다면 재정부ㆍ한은ㆍ금융위가 수시로 정책조율을 하듯 기획재정위와 정무위가 그런 협의채널이라도 마련했으면 하지만, 그래도 정답은 상임위 단일화라고 본다.
이성철 경제부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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