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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지식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입력
2009.10.3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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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와 노키아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적자를 기록하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에 사상 최대인 4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983년 반도체 기술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64KD램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칩의 밀도가 18개월마다 2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을 황창규 전 기술총괄사장의 성을 딴 '황의 법칙'으로 바꾸면서 세계 마이크로칩의 집적 수준을 선도했다. 이런 기술력이 오늘의 삼성전자를 만든 원동력이다.

기초ㆍ원천 기술개발이 관건

그렇다면 특수한 응용이나 사업을 직접적인 목표로 하지 않는 기초과학은 과연 신성장 동력과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을까. 반도체의 집적 수준이 기존 방식으로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전 세계 연구자들은 기존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꿔 새로운 집적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탄소

나노 튜브 등 신소재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신소재 개발은 응용과학이 아닌 기초과학의 이론적 토대 위에 나노 기술과 IT가 융합되어야만 비로소 가능해진다. 산업계에서의 성패는 이처럼 기초과학으로 결정된다. 산업화에 이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선진국의 신성장 동력과 먹거리를 창출한 바로 기초과학의 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산업화 개발 위주의 과학기술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기초연구 지원에 소홀했다. 그 결과 세계적인 기초ㆍ 원천 기술개발의 토대를 마련하기보다는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고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기초과학에 대한 정책과 시각의 차이는 노벨상 수상과도 직결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산업화 이후 과학기술 발전을 누누이 강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과학 분야에서 단 한 명의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우리와 비슷하게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해온 일본은 1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 가운데 과학분야 수상자가 13명에 달한다. 이런 격차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과학기술 정책의 차이다. 우리나라는 한국 전쟁 이후 경제 발전에 급급해 기초과학을 무시하고 응용개발 연구에만 치중한 반면,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 후에도 신기술 창출을 위한 기초연구와 연구ㆍ개발(R&D)을 모두 중시했다. 이것이 곧 노벨상 수상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성장 잠재력을 견인할 기초ㆍ원천 연구에 대한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한국과학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을 통합한 '한국연구재단'을 6월에 출범시켰다. 정부의 R&D 예산 중 기초ㆍ원천 연구비 투자 비중을 현재 25%에서 2012년까지 최대 50%로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연구재단도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젊은 과학자들의 기초ㆍ원천 연구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실패를 격려하는 연구 풍토

이런 투자 확대가 당장 가시적인 성과나 노벨상 수상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마음껏 창의적인 연구에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실패를 용인하고 격려하는 연구 풍토를 조성한다면 노벨상 수상 기반을 공고히 할 것으로 확신한다. 실패를 통해 더 큰 성공을 얻을 수 있고, 고위험(high-risk)을 무릅쓴 연구가 고성과(high-return)로 이어지는 법이다. 이런 믿음을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언젠가 지식 강국으로의 도약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박찬모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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