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여론조사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재보선은 여론조사의 무덤'이란 말까지 나돈다. 지난 4∙29 재보선에 이어 이번 10∙28 재보선에서도 여러 선거구에서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 결과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수원 장안의 경우 투표일 직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내부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가 민주당 이찬열 후보를 2~5% 포인트 가량 앞섰다. 하지만 실제 개표에서는 이 후보가 박 후보를 6.6% 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경남 양산에서는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송인배 후보를 10% 이상 앞선 것으로 조사됐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4.1% 포인트 차이에 그쳤다.
4∙29 재보선 당시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시흥시장 선거에서는 막판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2~3% 포인트 차이로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민주당 후보가 2.1% 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전문가들은 첫째 이유로 '야당 성향의 숨은 표 5% 론" 또는 "여당 지지 5% 거품론'을 거론한다. 야당을 지지하는 일부 유권자가 속내를 드러내기를 꺼려 응답하지 않거나 거짓 대답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실제 선거에서 야당의 '숨은 표'가 된다. 여당 관계자는 "충북 4개군 선거에서 여론조사를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대부분이 응답하지 않고 끊어 버려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재보선에서 야당 지지층의 결집력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재보선 투표일에 여당 지지자들은 '이완'되는 반면 야당 지지자들은 뭉치는 투표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가령 '정권 견제론'에 동조하는 젊은이들은 적극적으로 투표소를 찾는다. 이번에도 수원 장안과 경남 양산 등에서는 출퇴근 시간에 투표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았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상무는 "재보선에서는 투표율이 낮은데다 연령대별로 지지 성향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통해 실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며 "전문조사기관이 아닌 곳에서 전화 자동응답 조사를 할 경우에는 예측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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