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굳이 멀리 간다고 좋은 건 아니다. 가까운 곳에 더 멋지고 훌륭한 휴식 공간이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다행히도 우리 주위엔 괌처럼 가깝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해외 휴양지가 있다.
괌은 에메랄드 빛 바다, 하얀 백사장과 어우러진 야자수, 맑은 공기와 작렬하는 태양 등 휴양의 모슨 조건을 갖추고 있는 땅이다. 우리에겐 정말이지 '가까운 파라다이스'다.
무얼 더하고 뺄 것도 없는, 쾌적한 휴양 리조트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시원하게 뚫린 골프장에서 한적하고 마음 편한 라운딩을 즐기고도 시간이 남았다.
쉴 때도 전투적이라는 한국인이 가만이 누워 있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 뭘 할까 고민하다가 섬을 한 바퀴 도는 드라이브를 떠나기로 했다. 괌의 눈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다.
한국의 거제도 만한 섬이기에 운전은 큰 부담이 안 된다. 국제면허증 없이 한국면허증만으로도 차를 빌려 탈 수 있다. 렌트도 쉽고 비용도 큰 부담이 아니다.
도심에서 빠져 나와 처음 차를 정차한 곳은'사랑의 절벽(Two Lovers Point)'. 깎아지른 해안 절벽은 차모르족의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스페인 장교를 피해 도망쳐 온 원주민 연인이 이곳에서 함께 바다로 떨어져 운명을 같이 했다고 한다. 이곳에는 지금도 사랑을 확인하고픈 신혼여행객들과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다음은 파세오공원이다. 공원에는 야구장과 조그마한 레크리에이션센터가 있고 해상 레포츠용 보트 정박장에는 낚시와 패러 세일링을 위한 배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든다.
해변에서 원주민 한 사람이 파도 치는 바다에 릴을 던져 대며 한가로이 낚시를 하고 있다. 공원 야자수 한가운데 뉴욕을 본뜬 작은 자유의 여신상이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의 그림자를 느낄 수 있었다.
주지사 관저 위편 언덕 위에는 산타아구에다요새가 있다. 1800년대에 건립된 이곳은 스페인 식민지 시기 반란을 일으킨 차모로인들에게 스페인군이 엄청난 양의 총과 대포를 쏘아 가며 유혈 진압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대포의 포구 부분이 시내의 거리 곳곳을 정조준하고 있는 모습이 진압 당시 처참했던 상황을 말해 주고 있다.
한적한 길을 달리다 보니 재미가 붙었다. 좀 더 멀리 나가 보기로 했다.
괌의 남부는 시내와는 달리 토속적 차모로 마을과 스페인풍의 건물들이 남아 있다. 제일 먼저 도착한 솔레다드요새. 이곳에선 우마탁만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스페인은 식민 통치 시절 이곳에 4개의 요새를 만들었다. 이후 여러 전쟁을 거치며 많이 파괴됐고 솔레다드요새가 가장 보존이 잘돼 지금까지 관광객을 맞고 있다.
솔레다드요새 아래는 우마탁마을이다. 1521년 3월 6일 마젤란이 처음 괌에 발을 디딘 곳이 바로 이 마을이다. 여행지로 개발되지 않은 이곳은 평화로운 열대의 바닷가 마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우마탁마을에서 차로 15분 해안을 따라 남동쪽으로 내려가면 이나라한마을이 나온다. 태평양전쟁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이곳은 스페인 후기와 초기 미국풍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예쁜 2층 집들이 거리를 따라 늘어서 있다.
도심으로 돌아오는 길, 야자수 너머로 짙붉은 노을이 타올랐다. 한나절 행복한 섬 드라이브의 행복한 마침표다.
■ 여행수첩
괌은 4시간의 짧은 비행이면 닿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미국땅이다. 시차도 겨우 1시간. 비자 없이 15일 간 머물 수 있다. 연 평균기온 27도고 6~11월이 우기, 12~5월이 건기다. 영어가 공영어고 화폐는 미국 달러를 쓴다.
국제운전면허가 없어도 한국 면허증으로 30일 간 운전할 수 있다. 대한항공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매일 오후 8시 20분 출발하는 직항편을 주 7회 운항하고 있다.
괌 렌트카 하루 빌리는 가격은 닛산 알티마(2,500cc) 85달러, 스포츠카 닛산 350Z(3,500cc) 150달러 정도다. 괌관광청 한국사무소 www.welcometoguam.co.kr visitguam.org (02)765_6161
괌= 글·사진 고영권 기자 young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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