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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생성의 궁금증 그 해답은 남극대륙에 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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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생성의 궁금증 그 해답은 남극대륙에 있다, 왜?

입력
2009.10.3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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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소는 항성에서 생겨났다. 항성은 태양처럼 스스로 빛과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천체를 말한다.

우리 몸의 기원도 따지고 보면 항성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태양계가 처음 생길 당시 우주의 모습을 인류는 오래 전부터 알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 해답은 운석에 들어 있다.

운석은 태양 주위를 도는 소행성이 무언가와 충돌하거나 화산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돌덩어리다. 우주를 떠돌던 운석은 지구로 떨어지기도 한다. 29, 30일 제주에서 열리는 '2009 추계 지질과학연합 학술 발표회'에서 운석의 비밀이 공개된다.

암석과 운석의 차이

운석의 겉모습이나 구성 성분은 지구에 있는 다른 암석과 별반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생성 시기다. 지구에서는 옛날 암석이 파괴되면서 새로운 암석이 만들어지는 지질 활동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만큼 오래된 암석을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운석은 이 같은 지질 활동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고향'인 소행성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소행성은 태초에 항성이 만들어 낸 원소로 이뤄졌다. 결국 운석을 연구하면 태양계가 생성된 초기 환경을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과학자들은 운석이 날라온 우주 유기물이 지구의 생명체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거라는 주장도 한다. 지구 생성 초기에는 온도가 너무 높아 생명체 탄생에 필요한 유기물이 자체적으로 만들어지지 못했을 거라는 추측에서다.

운석의 성분 가운데 과학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건 O_16 O_17 O_18의 산소동위원소다. 산소는 질량 차이에 따라 이처럼 3가지 동위원소로 나뉜다. 공기 중의 산소는 99% 이상이 O_16이다.

지금까지 분석된 수많은 운석은 대부분 각 구성 원소의 동위원소 비율이 균일하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산소동위원소 비율은 운석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최변각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한국이 남극대륙에서 지금까지 발견한 운석 29개의 산소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하고 있다.

최 교수는 "산소동위원소가 불균일하게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운석 학계에선 40년 넘게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산소동위원소 비율에 태양계 초기 환경에 대한 단서가 들어 있을 거라는 데는 많은 학자들이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항성의 일종인 초신성은 산소동위원소 가운데 주로 O_16과 O_18을, 거성은 O_17을 많이 만들어 낸다고 알려져 있다.

남극대륙에 가야만 하는 까닭

지구에는 1년에 대략 4만~8만톤의 운석이 유입된다. 대부분 수 센티미터 크기의 별똥별이나 이보다 작은 먼지 형태다. 지구 대기권으로 들어올 때 표면이 녹아 크기가 줄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일이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큰 운석이라도 보통 암석과 비슷하게 생겨 산속이나 길거리에 떨어지면 구분하기도 어렵다.

과학자들이 운석을 찾으러 남극대륙까지 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흰 설원이나 빙판에 떨어진 운석은 눈에 잘 띤다. 극지방의 빙하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1년에 수 센티미터씩 움직인다.

빙하에 박힌 운석도 따라 움직이다가 산을 만나면 더 이상 이동하지 못하고 쌓인다. 바로 이런 곳을 찾아가면 운석을 발견할 확률도 높다.

사막에서도 간혹 운석이 발견되긴 한다. 하지만 극지와 달리 사막은 특정 국가의 영토이기 때문에 가져오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같은 극지라도 북극은 운석 탐사가 쉽지 않다. 남극처럼 대륙이 아니어서 운석의 흐름을 차단하는 산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5번째의 운석 보유국이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의 운석탐사대가 3차례 남극대륙을 탐사해 29개의 운석을 발견했다. 이 운석들은 모두 국제운석학회에 공식 보고됐다.

세계 5위라지만 보유한 운석 수는 상위 국가에 크게 못 미친다. 2차례 운석탐사대에 합류한 최 교수는 미국과 일본은 각각 1만5,000개 정도"라며 "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말했다.

1973년부터 운석 탐사를 시작한 미국과 일본은 탐사대 규모부터 다르다. 미국은 매년 2개의 탐사대를 꾸린다. 한 팀은 새로운 운석 발견 후보지를 찾아내고, 다른 한 팀은 직접 운석을 채취하는 역할을 한다. 1년에 많게는 5,000개도 찾는다.

일본은 자국의 설상차(스노우 모빌)로 3개월 동안 광범위한 지역을 훑고 다닌다. 이에 비해 한국은 대원도 5명 안팎으로 적고, 자체 장비가 없어 외국에서 빌려 쓰는 형편이다.

■ 남극 제2 과학기지 건설 지역 내년 봄 확정

남극대륙 어디서나 운석이 발견되는 건 아니다. 빙하의 나이가 많아 운석이 떨어진 기간이 길어야 하고, 빙하가 흐르다 막힐 수 있는 산지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

남극대륙을 가로지르는 남극횡단산맥을 기준으로 동쪽 지역은 이런 조건을 잘 만족하지만 서쪽 지역은 대륙 자체가 젊고 산지가 적어 운석을 찾을 확률이 낮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 한국이 남극대륙에 건설할 제2의 세종과학기지의 위치를 동쪽 지역과 서쪽 지역 중 어디로 결정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빙하나 암석 연구자와 운석학자는 당연히 동쪽 지역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 지역은 이미 미국과 러시아 호주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독일 등 여러 나라가 좋은 위치를 선점했다.

남극대륙기지 건설을 주관하는 극지연구소는 현재 서남극 케이프벅스 지역을 유력한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다. 이곳은 신생 빙하가 많아 환경 변화나 생태 연구에 유리하다. 킹조지섬의 남극세종과학기지와도 가깝다. 하지만 빙하의 움직임이 잦아 아무래도 동쪽 지역보다 위험하다.

우지영 극지연구소 홍보팀장은 "올해 안에 우리 쇄빙선(얼음을 부숴 항로를 만드는 배)으로 직접 케이프벅스를 답사할 계획"이라며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후보지를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남극대륙기지 건설 지역은 2010년 봄에 확정될 예정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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