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플루 처방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무 지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동네 의료기관들이 여전히 혼선을 겪고 있다. 30일부터 동네 약국에서도 항바이스제를 조제토록 했지만, 하루 전인 29일까지 일선 약국은 타미플루 물량조차 확보하지 못했다고 아우성이다. 26일부터는 모든 의료기관이 확진 판정 전에도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토록 했지만, 동네 병원들은 여전히 우왕좌왕하고 있다.
정부가 27일 동네 약국에서의 타미플루 조제를 발표했지만, 대한약사회에는 29일 오후까지도 약을 받지 못했다는 약국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당초 각 지역 보건소가 동네약국마다 50명분의 타미플루를 배포키로 했으나, 인력부족으로 전달이 늦어지자 이날 오후 들어서 각 지역 약사회까지 나서 배포를 도왔다.
하지만 서울만 해도 각 구별로 100~200개의 약국이 있다 보니 배포 인력이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약국 관계자는 "서대문약사회로부터 50팩 정도를 배포해준다는 문자를 오늘 받았다"며 "내일부터 당장 시행하는데 지금까지 약이 도착하지 않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동네약국의 경우 타미플루 조제에 대한 실무 지침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약국 관계자는 "배포해 주는 게 대부분 성인용이라고 들었는데, 사실 어린이용 타미플루가 필요하다"며 "약사가 성인용을 어린이 분량에 맞게 조제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약국으로부터 물량 확보나 조제 지침에 대한 전화가 빗발치고 있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정부가 구체적인 지침이나 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채 서둘러 발표한 결과"라고 말했다.
타미플루 처방을 놓고 동네 병원들의 혼란도 계속되고 있다. 동네 병원의 경우 감기 환자들도 많이 몰리다 보니, 가벼운 감기 증상의 환자들까지 처방전을 요구해 곳곳에서 의사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서울 삼성동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한 의사는 "이번 주 들어 플루를 포함한 감기 증상의 환자가 두 배 이상 늘었는데, 경미한 감기 증상의 환자도 타미플루를 처방해 달라고 애원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의 한 내과 의사도 "신종플루가 아닌 환자에게 타미플루를 처방했다가 내성이 생기는 등 나중에 되레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우려된다"며 "어떤 환자에게 처방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고민이다"고 말했다. 은평구 한 병원의 의사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질병관리본부에 처방과 관련해서 물어보면 각기 다른 얘기를 하고 있어 의사인 우리도 헷갈린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이에 따라 동네병원의 처방을 믿지 못하겠다는 환자들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내과를 찾은 정모(30)씨는 "혹시나 해서 검사를 받으러 왔더니 열을 재는 등 일반 검진이랑 별로 다를 게 없었다"며 "의사가 타미플루 처방전을 줬는데 내가 정말 타미플루를 먹어야 되는 건지 꺼림직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의료지침이 하도 자주 바뀌어 일선 의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며 "동네병원들이 인력이나 시설 문제로 신종플루 진단이나 처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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