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음식의 대명사 쌀국수가 변신에 나섰다. 한국식 얼큰한 맛이 더해지고 따뜻한 사케(일본 청주)가 곁들여졌다. 한국 베트남 일본의 맛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사케 애호가들은 사케가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동양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정성 들여 깎아 낸 쌀로 빚은 술의 저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쌀국수_데운 사케, 볶음_얼음 사케
베트남에선 사실 사케를 많이 마시진 않는다. 쌀국수와 사케를 조화시킨 건 일본식 주점 '아지노구니'를 운영하는 이상훈 대표의 아이디어다. 아지노구니만의 '뭔가 색다른 안주거리'를 고심하다 쌀국수를 한국식으로 변형시켜 봤단다. 각종 해산물에 숙주나물 듬뿍 넣고 개운하고 칼칼한 육수를 부어 만든 게 이 집의 대표 메뉴 해산물쌀국수다.
"따끈한 국물에 어울리는 건 뭐니뭐니해도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사케"라는 이 대표의 지론이 이곳을 찾는 젊은이들에게도 공감을 얻고 있다. 2006년 서울 발산동에 문을 연 아지노구니 1호점부터 이달 오픈한 가산디지털단지 4호점까지 이 집의 주요 고객층은 20, 30대다.
이 대표는 "개인 문화가 확산되면서 1인 손님도 늘었다"며 "혼자 가벼운 식사와 함께 술 한 잔을 하고 싶은 손님들이 주로 해산물쌀국수와 사케를 찾는다"고 말했다. 기름기 많은 안주보다 소화도 잘 되고 숙주나물로 해장 효과까지 볼 수 있다는 것. 단 사케를 너무 뜨겁게 마시면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없다. 중탕으로 40~60도 정도만 데우는 게 적당하다.
사케라고 다 데워 마시는 건 아니다. 살얼음이 동동 뜨는 얼음 사케도 일본식 주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이다. 아지노구니에서는 얼음 사케에 볶음 요리를 추천한다. 볶음 요리의 기름기를 얼음 사케의 시원함이 싹 씻어 낸다.
저렴한 사케는 복어 꼬리를 태워 넣고 50도 이상으로 뜨겁게 데워 히레사케로 선보인다. 히레사케에는 꼬치구이가 제격이다. 금방 식는 구이 요리의 단점을 히레사케의 따뜻함이 살짝 감싸 준다.
이 대표는 "도수가 높지 않은 곡주라는 점 덕분에 사케는 식사와 술을 함께 즐기는 문화를 선도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사케와 어울리는 다양한 동양식 음식을 발굴해 대중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지노구니 가산점 (02)2028_5995
된장찌개_준마이, 삼겹살_야마하이
그래도 사케 하면 아직은 일식을 많이 찾는다. 사케와 어울리는 요리로 회를 빼놓을 수 없다. 회 맛의 생명은 신선함이다. 맑고 깔끔한 사케일수록 신선한 회와 더 잘 어울릴 터.
사케 맛의 깔끔함은 원료인 쌀을 얼마나 깎아 냈느냐(정미율)에 따라 달라진다. 사케용 쌀은 일반 쌀보다 1.5배 크다. 이 큰 쌀의 겉은 깎아 내고 속살을 이용한다. 정미율 60%면 쌀의 40%를 깎아냈다는 뜻이다. 정미율 수치가 낮을수록 더 순수한 속살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그만큼 맛도 깔끔하다. 일본에선 정미율 50%인 사케를 다이긴조, 60%를 긴조라고 부르며 고급으로 친다.
롯데호텔 일식당 모모야마의 김미정 지배인은 "광어 같은 흰 살 생선회나 생새우와는 다이긴조나 긴조가 어울린다"며 "식 재료(회) 자체의 맛을 살리면서 사케 고유의 향도 그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미율 70% 이상은 보통 튀김이나 조림 요리와 궁합이 맞다.
참치처럼 느끼함이 감도는 회에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겐슈가 좋다. 만들 때 물을 섞지 않은 사케를 따로 겐슈라고 부른다. 보통 사케가 15~16도인데 비해 겐슈는 17~18도다.
어패류에 간장 소스를 발라 구워 내는 데리야키처럼 맛이 강한 요리는 고유의 향이 풍부한 사케와 잘 어울린다. 김 지배인은 준마이를 꼽는다. 일본에서는 쌀과 누룩으로만 만든 사케를 준마이, 여기에 양조용 알코올을 첨가하면 혼죠조라고 부른다. 김 지배인은 "순수하게 쌀과 누룩으로만 빚기 때문에 준마이가 혼죠조보다 사케 고유의 맛이 더하다"며 "된장찌개 같이 강한 맛의 한국음식에도 준마이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사케 제조 과정에서 누룩은 쌀의 전분을 포도당으로 만들고 효모의 번식을 촉진한다. 효모는 포도당을 알코올로 바꾼다. 자연 상태에서 생기는 것 말고 효모를 추가로 넣어 주기도 하는데 일본에선 이런 방식을 '야마하이'라고 부른다. 김 지배인은 "야마하이 사케는 맛이 진해 삼겹살 먹을 때 소주 대신으로도 적당하다"고 말했다. 모모야마 (02)317_7031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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