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군지역 신종플루 치료 거점병원인 괴산서부병원에는 신종플루 환자를 격리 수용할 병실이 없다. 이 병원의 병실은 8인실 6개가 전부. 일반 환자를 수용하기도 벅차다보니 격리 병실을 운영하는 것은 꿈도 못 꾸는 게 현실이다.
고위험군 환자가 오면 청주의 큰 병원으로 빨리 보내는 게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병원은 28일 오후에도 신종플루 의심 증세를 보여 119 구급대에 실려 온 78세 남자 노인을 청주 성모병원으로 급히 이송했다. 병원 관계자는 "격리 병실을 마련할 길이 없어 거점병원에서 빼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플루가 급속히 퍼지면서 농촌 지역의 중소형 거점 병원들이 병실 부족 등으로 환자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북 증평지역 거점병원인 계룡병원은 신종플루 환자용 병상을 따로 마련해 놓았지만 실제로 입원한 환자는 없다. 고위험군 환자가 오면 일단 청주의 큰 병원으로 나갈 것을 권유하기 때문이다.
이 병원 직원은 "정부가 거점병원의 경우 의무적으로 격리 병동을 운영하라고 했지만 그건 농촌 병원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일반 환자와 격리하는 문제 등이 골치 아파 입원환자는 도시의 큰 병원으로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보은군 거점병원인 보은한양병원은 병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화장실이 달린 1인실 1개만 신종플루 환자용으로 운영중이다. 병원측은 "애초 신종플루 병실을 2개 이상 운영하려 했지만 병실 규모와 구조상 환자를 제대로 격리하기에 무리가 있어 1인실 하나만 쓰고 있다"고 했다.
도시지역 거점병원도 격리병동 확보 문제로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청주 A병원의 경우 거점병원 지정 초기 14개이던 병상을 최근 22개로 늘렸지만 급증하는 환자를 수용하는 데 한계에 이르렀다. 간호사 B씨는 "신종플루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꼭 입원까지 안해도 될 사람까지 입원을 원해 병실부족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의료진들은 예방백신 접종이 늦어지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27일부터 의료진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나 충북도내 22개 거점병원 가운데 청원군 오창중앙병원(60명)과 괴산군 괴산서부병원(50명) 등 2곳은 28일까지도 백신이 도착하지 않았다.
충북도 관계자는 "일부에서 백신 도착이 늦어지는 것은 해당 병원 직원들의 접종 신청이 늦어졌기 때문"이라며 "의료진에 의한 2차 감염 우려도 있는 만큼 예방백신 접종을 최대한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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