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26일 정권교체 후 첫 국회 연설에서 '일본이화학공업'이라는 한 분필공장을 길게 소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연설 시간이 기록이 남아 있는 1970년 이후 최장일 정도로 할 말 많았던 하토야마 총리가 52분 연설 중 3분 넘게 한 중소기업을 소개한 이유는 뭘까.
일본이화학공업은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에 있는 분필, 흑판을 만드는 종업원 74명의 중소기업이다. 가루가 날리지 않는 친환경 분필을 만들어 일본내 시장의 30%를 차지하며 20여년 흑자 경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주목 받는 것은 경영실적 때문이 아니다. 종업원의 70%가 넘는 53명이 지적 장애인이고 이중 중증장애인이 다수인 장애인 고용 선도기업이라는 점이 이유였다.
오야마 야스히로(大山泰弘) 회장이 장애인 고용을 시작한 것은 1959년. 공장 근처 양호학교 교사가 졸업을 앞둔 15세 여학생의 취직을 부탁하러 왔다. 장애인 고용 경험이 없던 오야마 회장은 처음 거절했지만 몇 번이고 찾아와 "아이들이 평생 일하는 것을 모르고 인생을 마치지 않게 도와 달라"는 설득에 2주 한정으로 2명을 고용했다.
오야마 회장은 최근 '일하는 행복'이라는 책을 내면서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실수를 연발하면서도 너무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감명 받아 이후 계속 장애인 졸업생을 고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늘 오야마 사장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 궁금증이 있었다. '시설에서 편히 지낼 수 있는데 왜 일 하려는 걸까'라는 것이었다. 어느 날 한 절의 주지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주지는 이렇게 답했다.
"사람은 물건이나 돈으로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사람에게는 4가지 큰 행복이 있다. 사랑 받는 것, 칭찬받는 것, 누군가에 도움이 되는 것,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사랑을 제외한 나머지는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장애인이 일하려는 것은 자신이 사회에 필요한 존재로 대접 받고 거기서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임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오야마 회장은 1975년 장애인과 사회의 연결을 경영방침으로 삼았고 지금도 "기업은 사원에게 '일하는 행복'을 안겨주어야 한다"는 지론을 펴고 있다.
최근 이 공장을 방문해 감명 받은 하토야마 총리는 연설에서 "정부 예산만 늘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립과 공생'의 이념을 소중히 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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