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 의료법인 도입 공방이 이제 2라운드에 접어 들었다. 지금까지 탐색전 성격이 짙었다면, 정부 연구용역 결과가 나온 지금부터는 '링'위에서 싸움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결론을 예측할 순 없지만, 어쨌든 찬성입장의 용역결과가 나옴에 따라 영리 의료법인 도입을 향해 두어 걸음 더 내디딘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간 경과
영리 의료법인 문제가 처음 공론화된 것은 참여정부 시절. 2005년 말 정부 일각에서 "영리 의료법인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문제제기가 이뤄지면서 대통령 직속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듬해 7월 위원회는 "영리 의료법인 도입 논의를 중단키로 했다"며 백지화를 선언했다. 섣불리 영리 병원을 도입했다가 의료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였다.
수면 아래에 있던 영리 의료법인 논의가 다시 본격화한 것은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취임하면서부터. 윤 장관은 지난 2월 취임일성으로 '의료 및 교육 서비스 규제 완화'를 주창하면서, 영리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영리 의료법인 도입에 부정적인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과 마찰을 빚었고, 결국 지난 5월 두 부처 공동으로 외부 연구용역을 맡기게 됐다.
보고서 내용
이번 용역 연구 보고서는 '영리 의료법이 도입이 왜 필요한지, 또 영리 의료법인이 성공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어떤 보완책이 필요한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싱가포르 등 영리 의료법인을 도입한 국가들과 일본 네덜란드 등 우리나라처럼 금지하고 있는 나라간 사례 비교를 통해서도 영리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경쟁을 통해 의료 서비스의 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문제는 영리 의료법인 도입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이번 보고서가 얼마나 심도 있게 접근했느냐다. 반대론자들은 영리 의료법인이 허용되면 ▦우수 의료진이 대거 영리 의료법인으로 몰리고 ▦이로 인해 의료비가 상승하고 ▦그럼으로써 부자들은 그런 혜택을 누리겠지만 서민들은 좋은 질의 의료혜택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 것이란 입장이다.
보고서 작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사실상 영리법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면 된다"며 "의료 양극화 등 영리 의료법인 도입에 따른 부작용 문제보다는 도입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조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
영리 의료법인을 도입하려는 기획재정부, 그리고 이를 막으려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 지금까지 형성된 정부 내 대립 구도는 이렇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두 부처가 꼭 평행선을 달리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가 영리 의료법인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당연지정제(모든 병원에서 건강보험 의무 적용) 유지를 제시하자 재정부가 선뜻 수용하고 나선 것도 그렇고, 복지부가 영리 의료법인에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온 연구기관에 수의계약을 맡긴 것도 그렇다. 도입 속도와 단계별 도입 방안, 규제의 강도 등에서 시각 차이는 있겠지만, 접점을 모색할 여지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11월 중 공청회 등을 거쳐 영리 의료법인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당초 정부 방침. 하지만설사 부처간 접점이 모색된다 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높고 험하다. 당장 야권과 시민단체에서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란 비판이 예상되는데다, 청와대 역시 '친서민정책'기치를 내건 터라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복지부측도 "도입 필요성만 역설하고 부작용에 대한 실증 분석이 미흡하다면 용역 연구에 대해 보완 요청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해, 앞으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