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자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던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 시간인데도 해안가는 물론 숙소와 음식점 곳곳이 사람들로 복작댔다. 바다는 사람 반 물 반이었다. 이 땅에서 우리가 주말을 보낼 곳이란 이렇듯 빤했다. 어둠이 숨겨주었던 포구의 풍경도 살아났다. 색전구로 반짝이던 밤 풍경과는 딴판이었다.
여기저기 더러운 스티로폼 상자와 깡통이 폐그물과 뒤섞여 있었다. 나란히 선 두 개의 공판장은 요란스러웠다. 눈에 띄려 하나, 둘 붙이기 시작한 간판들이 건물 전체를 뒤덮었다. 울긋불긋한 글자들 속에서 정작 눈에 들어오는 글자는 하나도 없었다. 호객 행위도 심해졌다. 마이크를 든 직원들이 큰 소리로 손님들을 불러모았다. 어찌나 소리가 큰지 귀가 다 멍멍한데 웅웅대는 그곳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것이 우리의 주말 사용법이다.
이곳에도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 들이닥쳤다고 한다. 이른바 저울 속이기. 1킬로그램에서 무려 2백 그램이나 차이가 난 모양이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가족에게 줄 새우를 산 우리는 부리나케 그곳을 벗어났다. 언젠가 이렇듯 마음이 상해 이곳을 떠났던 것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이나 내후년 우리는 일말의 기대감으로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 반대편 차선에는 이곳에서 주말을 보내려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서 있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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