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교도소 생활보다 열 배 이상 힘든 곳이니 각오 단단히 하세요."
26일 오후 충남 천안시 천안개방교도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1회 출소예정자 취업박람회. ㈜오케이건설산업 진형장(56) 대표는 출소를 사흘 앞둔 용접기술자 조모(26)씨의 채용을 결정하면서 굳은 의지를 주문했다.
조씨는 "교도소에서 3년간 많이 생각하고 많이 배웠다. 그만큼 열심히 일하겠다"고 답했다. 광주교도소 수형자 취업 및 창업지원협의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진 대표는 이날 2명을 채용했다. 그는 "출소자들이 일을 해야 재범을 막을 수 있다"며 "이미 지난해 한 명을 채용한 경험이 있어 이들을 정착시킬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출소예정자 취업박람회는 법무부가 출소자들의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돕고 재범을 막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열렸다. 이날 행사에선 전국 32개 교정시설에서 온 출소예정자 500여명이 현장 면접을 봤다.
이중 250여명은 28일 '교정의 날' 기념 가석방 대상자다. 나머지도 3개월 이내 출소가 가능해 취업이 절실한 수형자들이다. 제주, 강릉교도소 등에 수감돼 직접 참가하지 못한 재소자들도 원격화상면접을 통해 구직 대열에 합류했다.
이날 박람회에는 법무부 교정본부가 펼치는 '1社1友(1기업 1수형자 채용하기)'운동에 참여해온 기업들을 중심으로 59개 업체가 참가해 출소예정자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나눠줬다.
재소자들은 행사 초반 처음 접한 박람회 분위기가 어색한 듯 주저했으나, 성공적인 취업과 사회복귀를 기원하는 노란 리본을 나무에 묶는 행사가 끝나고 경쾌한 음악이 나오자 상담부스를 찾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충분히 알고 상담에 임하는 기업 관계자들의 세심한 마음 씀씀이에 조금씩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함께 온 동료 수형자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의견을 나누고 인솔 교도관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노동부 고용지원센터, 창업진흥원, 소상공인 지원센터 등 관계자들도 참가해 상담과 적성검사 등을 지원했다.
이날 박람회에선 121명의 취업이 확정됐다. 대전교도소에서 온 김모(39)씨는 "출소 전에 직장을 잡아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 얼른 가족에게 알려야겠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일자리를 정하지 못한 이들도 상담기업의 연락처를 받아 쥐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화상면접을 한 현모(41)씨는 "내년 3월 출소할 때까지 적성에 맞는 직장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건축인테리어회사를 운영하는 정해두(50) 사장은 3명이나 채용했다. 그는 면접을 본 나머지 24명에게도 "출소한 뒤 꼭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사업을 하다 부도를 내 수감된 경험이 있는 그는 회사 직원의 50%를 출소자로 채용했다. 정 사장은 "출소 이후 6개월이 가장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일을 하지 않아도 잠시 기거할 곳이라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열린 창업아이템 시상식에서는 마시는 웰빙죽 테이크아웃점을 기획한 의정부교도소 유모(38)씨와 컴퓨터 AS대행 아이템을 출품한 진주교도소 진모(24)씨 등 3명이 상금 50만원과 '귀휴'포상을 받았다. 법무부는 이들에게 출소 후 창업자금 2,000만원을 융자지원할 계획이다.
이태희 법무부 교정본부장은 "취업박람회를 통해 기능보유 출소예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출소 직후 직업이 없어 재범하는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내년부터는 확대 시행해 수형자 취업지원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밝혔다.
글·사진 천안=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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