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를 끌어 온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건 1심 재판이 끝났지만, 이번 판결이 '종착역'이 될지는 가늠키 어려워 보인다. 황우석 박사 측과 검찰은 모두 항소여부 등과 관련해 말을 아끼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황 박사는 이날 선고가 내려진 뒤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묵묵히 법원을 빠져나갔다. 선고 전 법정에 들어갈 때에도 그는 특별한 심경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황 박사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유철민 변호사는 "SK, 농협 관련 사기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은 사필귀정"이라며 "황 박사가 사기꾼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으니, 사소한 잘못은 대의를 위해 감싸고 격려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 박사가 항소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변호인들은 항소여부에 대해 "황 박사는 물론, 다른 공동 변호인들과 상의를 해야 한다"고 짧게 답했다.
황 박사로선 핵심 쟁점이었던 사기 혐의가 무죄가 나온 만큼, 더 이상의 법정싸움이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도 할 것으로 보인다.
황 박사의 한 측근은 "집행유예형이 앞으로의 연구활동에 꼬리표가 될 수 있어 항소 가능성이 있지만, 평소 재판에 시간과 연구역량이 소모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연구에만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적도 있어 항소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박사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또 다시 장시간의 법정공방을 벌여야 할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검찰이 항소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선고가 끝난 뒤 "무죄 선고된 부분에 대해 공소장을 변경할지, 추가 기소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밝혀 항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SK와 농협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 대신 사기 혐의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3년 전 기소 당시 다 밝혔는데, 논문조작에 대해선 세계적으로 처벌한 전례도 거의 없고 사기 혐의 안에 그 부분이 다 포함돼 있어 따로 업무방해로 기소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설명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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