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SK텔레콤을 제외하고 SK브로드밴드와 SK텔링크만 합치는 방향으로 통신 합병 전략을 수정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그룹은 당초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를 통합하는 방안에서 내년 4월 이후 SK브로드밴드와 SK텔링크를 합치고 SK텔레콤은 그대로 놔두는 유ㆍ무선통신 분리 정책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유선 통합법인 대표는 최태원 SK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 부회장은 SK텔레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SK그룹이 통신 계열사들의 통합을 검토한 것은 올해 초 KT가 KTF와 통합 수순을 밟으면서 본격화했다. 전세계적으로 통신업체들이 유ㆍ무선 통합 서비스를 추진하면서 결합 상품을 제공하려면 통합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여기에 최근 LG그룹마저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통신 3사의 내년 1월 합병을 발표하면서 통합 바람이 가속화했다.
그러나 SK그룹 내부의 시각이 하반기 들어 달라졌다. 아직까지 유선 통신업체를 합치지 않아도 KT에 크게 뒤쳐지거나 결합 상품 출시 등 사업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속내는 SK브로드밴드를 합치면 오히려 SK텔레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도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지역이 KT와 LG파워콤보다 부족해 인터넷TV(IPTV) 보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등 유선통신의 본원적 경쟁력이 뒤쳐진다는 관측이다. 이를 메우려면 SK텔레콤의 추가 투자가 필요해 합병시 고스란히 SK텔레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또 KT, LG 통신 3사와 달리 SK는 3사를 합병해도 규모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SK는 지난해 매출이 SK텔레콤 11조6,750억원, SK브로드밴드 1조8,614억원, SK텔링크 2,711억원으로 3사를 합쳐도 SK텔레콤 매출 증가분은 2조원 가량이다. 그만큼 SK텔레콤 입장에서 합병이 큰 이득이 없다는 계산이다.
다만 중복 사업은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SK브로드밴드와 SK텔링크가 인터넷전화(VoIP) 및 유ㆍ무선 융합(FMC) 서비스 등 같은 사업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실내에서는 VoIP, 외부에서는 휴대폰으로 사용하는 FMC의 경우 SK브로드밴드가 SK텔레콤과 유사 FMC인 유ㆍ무선 대체(FMS)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SK텔링크는 기업 대상 FMC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SK는 중복 사업 조정 효과가 있는 유선통신 계열사만 합병하고, SK텔레콤은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3사 합병보다 낫다는 판단이다. SK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유ㆍ무선 분리가 최선의 판단"이라며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