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속에 있을 때가 행복해. 내가 거듭나는 것 같아. 다시, 사람으로."
백기완(76) 통일문제연구소장이 무대에 섰다. 26일 저녁 서울 동숭동 원더스페이스 세모극장에서 열린 '노래에 얽힌 백기완의 인생이야기'. 문화다양성포럼(상임대표 정지영)이 마련한 '인간 백기완'의 모노드라마 무대였다. 백 소장은 주리던 어린 시절부터 여전히 거리에 선 오늘까지의 인생을 유행가 노랫가락에 적셨다.
"길을 잃었을 때, 나는 노래를 부릅니다." 고향인 황해도 은율의 추억이 '비 내리는 고모령'에 얽히고 사글셋방을 전전하던 젊은 날이 '해조곡'에 실려 풀어졌다. 백 소장의 노랫소리는 나지막한 골과 우뚝한 마루를 자유로이 오르내렸다. 다만 박자가 심히 불규칙했는데, 기타리스트 김광석씨의 넉넉한 탄현이 그 어긋남을 감쌌다.
공연의 사회는 배우 권해효씨가 맡았다.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장은 공연 전 무대에 올라 "몸을 사리지 않는 '양아치 기질'과 예술가 기질을 함께 가진" 인물로 백 소장을 소개했다. 백 소장이 이날 입은 옷은 이기연 질경이 대표가 지었고, 신학철 화가의 걸개그림이 무대 배경에 걸렸다.
객석은 '늙지 않는 싸움꾼'에서 '시대의 소리꾼'으로 변신한 백 소장을 보려는 사람들로 빽빽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영화감독 정윤철씨도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양규헌 전 전국노동조합협의회위원장은 무대 위로 불려나가 숨을 돌리는 백 소장 대신 '울고 넘는 박달재'를 불렀다. 백 소장은 자신의 시 '젊은 날'을 읊으며 이날 공연을 마쳤다.
"…그렇다/ 백 번을 세월에 깎여도 기완아/ 너는 늙을 수가 없구나/ 분단독재의 찬바람이 여지없이 태질을 한들/ 나는 다시 끝이 없는 젊음을 살리라."
유상호 기자 shy@hk.co.kr
사진=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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