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사건'이후 아동 대상 성폭행범에 대한 양형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양형 기준 강화 검토에 착수했다. 그제 임시회의가 결론을 내리진 못했지만 양형위원들이 기준 강화에는 공감한 만큼 처벌 수위 강화는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양형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방법을 정하고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양형 감경 요소에서 배제하는 문제는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피해 아동과 가족이 평생 겪을 심신의 고통을 생각하면 아동 대상 성폭행범은 극형에 처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특정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가 냉철한 심사숙려보다 일시적 감정과 분위기에 휘둘려 합리성을 결여하면 부작용을 낳고 법치주의의 정당성마저 훼손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 여론을 충분히 감안하되 법적 안정성이라는 토대가 허물어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양형 기준 상향 조정 효과를 올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제 양형위에서 검찰 측 위원은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주장대로 성폭력특별법 상 무기 또는 7년 이상 형 선고가 가능한 아동 대상 강간상해 사건에서 양형 기준 형량이 6~9년에 불과하고, 선고 형량이 대부분 이 기준의 중간점 미만에 몰려 있는 것은 분명 문제다.
그러나 시행 4개월밖에 안된 양형 기준을 바꾸는 것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양형 기준을 수정할 경우 법 적용의 안정성,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 때문에 양형 기준 자체를 고치려 하기보다는 아동 대상 성범죄자의 형량을 높일 수 있는 특별 가중인자를 더 많이 발굴ㆍ적용하도록 해 높은 형량이 선고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 방안으로 여겨진다.
다만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무조건 양형 감경 요소로 인정하는 법원의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음주에 관대한 문화가 근거도 없이 법원 판결에 인용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일률적 배제가 어렵다면 최소한의 감경 요소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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