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선수(MVP) 확정 발표가 나자 손으로 땀을 훔쳤다.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는 동안에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시상대에 올라가자 동료들의 축하 꽃다발이 쇄도했다. 꽃다발 속에 잠시 얼굴을 파묻었다.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였다.
'2군 선수 신화' 김상현(29ㆍKIA)이 2009 프로야구 최고의 별이 됐다. 김상현은 2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호텔에서 열린 페넌트레이스 MVP 및 신인왕 투표에서 총 90표 가운데 79표를 받아 MVP에 선정됐다. 지난 2000년 KIA 전신 해태에서 데뷔한 김상현은 데뷔 10시즌 만에 프로야구 간판 스타로 우뚝 섰다. 김상현은 정규시즌에서 홈런 1위(36개), 타점 1위(127개), 장타율(0.632) 1위 등 3관왕을 거머쥐었다.
수상 후 김상현은 "올해 야구선수로 다 해본 것 같다. 앞으로 더 잘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2군 선수들이 저를 보면서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2군에서 열심히 뛰다 보면 1군에서도 홈런왕을 하는 날이 올 것"이라며 2군 선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
김상현은 군산상고 3학년이던 99년 2차 6순위로 해태의 지명을 받았다. 당시 재정난에 허덕이던 해태는 "대학부터 다녀오라"며 김상현의 등을 떠밀었다. 김상현은 건국대 진학이 예정돼 있었다. 김상현은 그러나 "해태 유니폼만 입으면 된다"고 버텼다. 김상현은 결국 계약금 2,000만원, 연봉 1,800만원에 타이거즈 선수가 됐다.
프로 입단 후 김상현의 야구인생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동기생 정성훈에게 3루를 내준 채 1, 2군을 전전하던 김상현은 2002년 7월31일 LG로 트레이드 됐다. 하지만 LG에서의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가능성은 있는데 세기가 부족하다"는 꼬리표는 여전했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정성훈이 LG로 오면서 설 자리가 크게 좁아진 김상현은 지난 4월 만 7년 만에 친정으로 되돌아왔다.
연봉은 5,200만원, 가치는 50억원
사실 기술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김상현은 어려서부터 정교함보다 힘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다. LG 때나 KIA 때나 마찬가지다. 다만 KIA에 온 뒤로 자리가 안정되면서 심리적으로 편한 상태에서 야구를 할 수 있었다. 김상현은 "마음이 안정되다 보니 야구는 따라왔다. KIA에 온 뒤로 내 스타일대로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현의 올해 연봉은 5,200만원, 8개 구단 중심타자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가치로 따지면 50억원 이상이라는 게 중론이다. 얼마 전 KIA의 한 코치는 "괜찮은 FA 한 명을 잡으려면 적어도 50억원은 필요한데 김상현이 어지간한 FA와 비교가 되냐"며 "올해 (김)상현이가 없었다면 우승은 어림도 없었을 것이고, 그 활약을 돈으로 환산하면 50억원은 될 것"이라며 'MVP 김상현'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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