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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와 한국 전통무속의 색다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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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와 한국 전통무속의 색다른 만남

입력
2009.10.2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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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영원한 영감의 원천이다. 노장 오태석이 자신의 극단 목화레퍼토리컴퍼니를 데리고 연출한'로미오와 줄리엣'무대는 아이부터 늙수그레한 장년까지 다 모인 잔치 마당으로, 모처럼 노소동락의 풍경을 연출했다. 이제 공은 젊은 연출가들에게 넘어간다. 보다 도발적인 '햄릿'과 '맥베드'가 객석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극단 여행자는 '햄릿'을 한판 굿으로 치환했다. 전편에 자욱한 복수와 음모의 톱니바퀴는 연출가 양정웅과 그의 극단 여행자를 만나 질펀한 샤머니즘으로 변신한다. 저주와 원한의 소용돌이는 접신과 신명의 계기일 뿐이다. '십이야' '한여름 밤의 꿈' 등 셰익스피어를 발랄하게 해체해온 연출가 양정웅이 이번에 도전하는 '햄릿'은 정통 무속과 접신한 결과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4호 유효숙씨로부터 전수 받은 정통의 너름새가 무대 위에 고스란히 살아난다. 햄릿이 왕의 유령을 만나고 복수를 결심하는 대목에서는 진오기굿, 오필리어가 미쳐 익사하는 대목에서는 물에 빠져 죽은 자를 위하는 수망굿, 햄릿이 결투에서 칼에 찔려 죽는 대목에서는 산진오기굿 등이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재현된다. 이 무대는 그래서 서양 연극 양식이 한국의 굿에게 부치는 헌정의 자리이기도 하다.

이 연극은 또 다른 의미에서 운명의 계승이기도 하다. 1949년 명동예술극장에서 이해랑 연출, 최무룡 주연으로 한국 초연된 이후 같은 무대에서 다시 상연된 것은 1971년이었다. 이번에 같은 장소에서 새롭게 상연됨으로써 방점을 찍게 됐다. 정해균 김은희 전중용 등 출연. 30일~11월 8일 명동예술극장. 월~금 오후 8시, 토ㆍ일 오후 4시. (02)762-0010

극단 죽죽(竹竹)의 '맥베드'에는 해외를 막 평정하고 온 패기가 넘쳐난다. 최근 27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렸던 제21회 국제실험극연극제에서 거둔 대상 수상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았다. 9월 전회 매진을 기록했던 별오름극장 공연 성과를 계승한 셈이다. 굿 양식이라는 화두를 철저히 붙잡은 결과였다.

굿을 주재하는 8명의 배우와, 특별한 장치가 배제된 단출한 무대는 오히려 객석의 시선을 효과적으로 비끄러맨다. 시선을 사로잡는 생명체는 배우들이 손에 들고 있는 촛불이다. 80분 동안 상연되는 이 무대를 두고 '촛불 굿'이라고도 하는 이유다. 원작의 운명적 대사에 함축된 검은 힘이 무매개적으로 객석으로 삼투된다.

무대는 응축돼 있다. 조명은 없는 듯, 겨우 있다. 배우는 8개의 의자만 덩그러니 있는 무대에서 촛불을 두 개씩 들고 나와 동작과 함께 대사를 읊어간다. 특히 세 마녀 대목에서 여타 공연은 마녀들의 암시적이고도 주술적인 의미에 큰 비중을 뒀던 반면, 이 무대는 제사 올리듯 제의적인 느낌을 강조한다.

이 무대는 초연 때인 2008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을 시작으로, 그 해 한국연극지 선정 공연 베스트 7에 포함되는 등 마니아 층의 계속된 지지가 여전히 유효할지 확인할 자리이기도 하다. 극단은 이 작품을 레퍼토리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김낙형 연출, 성홍일 박채익 이철은 등 출연. 11월 4~29일 76스튜디오. 평일 오후 8시, 토 오후 3ㆍ7시, 일 오후 4시. 070-7664-8648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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