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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율형 공립고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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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율형 공립고에 거는 기대

입력
2009.10.2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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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고 존폐 논란의 와중에 정부의 자율형 공립고 지정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2010년에 먼저 10개가 출범하고, 앞서 올해 12월 중에 신청을 받아 지정될 20개교는 2011년도부터 운영된다. 기존의 개방형 자율고 10곳 중에서 공립 9곳이 자율형 공립고로 흡수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 출범하는 자율형 공립고는 모두 19곳이다.

깊어지는 일반고의 위기감

1999년 이후 정부는 특성화 교육을 추구하는 학교들을 중심으로 자율학교를 지정 운영해 왔지만 대다수 학생들이 다니는 일반고는 다양화 정책의 관심 밖에 있었다. 외고를 비롯한 특수목적고가 늘어나 사회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일반고의 위상은 낮아졌고, 최근에 자율형 사립고가 지정되면서 공립 일반고의 위기감은 더 깊어지고 있다.

자율형 공립고는 2007년에 시범 도입된 개방형 자율학교 운영 모형을 승계한 제도로, 공교육의 책무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그간 평준화 보완을 명분으로 도입됐던 특목고와 자사고 등이 학생선발권과 비싼 수업료로 인해 계층 간 교육 분리와 입시 사교육을 심화시켜 온 반면 개방형 자율고는 사교육 유발 없이도 교육의 질을 높여 줄 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이는 낙후 지역의 학교를 중심으로 학교를 지정했을 뿐 아니라 평준화 적용 지역의 신입생 선발에서 학군 중심의 선 지원 후 추첨 배정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입학생 성적이 곧 그 학교의 위상을 결정해 온 교육 풍토에서 개방형 자율고가 성적 위주의 학생 선발 없이도 단기간에 좋은 학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교장 공모제를 통해 자질이 검증된 교장의 임용과 100% 초빙 교사들의 헌신적 노력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추가 예산 지원과 지역사회의 호의적인 관심, 일반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학급 규모 등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연구결과에 따르면 개방형 자율고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학교가 제공하는 '다양한 체험 활동 및 인성 교육', '친절하고 헌신적인 교사' 등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혹자는 유능한 교장과 초빙된 교사, 추가 예산 지원까지 받는데 그런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유능한 교사들이 수능성적에만 집착해 전인적 성장을 위한 다양한 교육적 시도를 시간 낭비로 여기거나, 학교장의 변혁적 리더십이 작동하지 못한다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그간 잊혀졌던 전인교육의 목표를 향해 새로운 노력과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교사들 또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했다는 고백은 이 학교의 또 다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개방형 자율고의 운영 경험과 성과는 고교 혁신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보통의 학생들을 받아들여도 학교가 추구해야 할 교육방향을 바로 세워서 학교의 자율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면 학교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좋은 성적만 원한다는 통념과 달리, 학생들의 인성을 바르게 이끌고 문화적 풍요도 채워 주면서 학력을 관리해주는 학교를 더 신뢰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한 것도 나름의 성과다.

학생ㆍ학부모ㆍ교사 모두 만족

그러나 자율형 공립고 운영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무엇보다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원하는 학교 안팎의 요구는 교사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켜 초빙 교사의 안정적인 확보와 교원의 전문성 축적을 어렵게 한다. 그런 점에서 미래를 향해 열린 마음으로 교육의 방향을 새롭게 정하고,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이 그 비전과 책임을 공유하고 참여하는 운영구조의 창출은 자율형 공립고의 기본 과제라 할 수 있다.

강영혜 한국교육개발원 초중등교육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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