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에서 1심 선고까지 3년5개월의 긴 시간이 걸린 황우석 재판은 그 기간만큼이나 사법사에 전례 없는 숱한 기록을 남겼다.
황 박사에 대한 형사재판은 2005년 11월 언론의 의혹 제기를 시발점으로 이듬해 5월 검찰이 황 박사를 기소함에 따라 같은 해 6월 첫 공판이 시작됐다. 26일 열린 선고 공판을 포함하면 그 동안 총 44차례의 재판이 열렸다.
2006년 초 검찰의 수사가 시작될 당시에는 과학계의 일을 비전무가인 검찰이 검증한다는 점에서 대규모 수사진이 꾸려지기도 했다.
황 교수 자택과 미즈메디 병원 등 총 26곳을 압수수색할 당시에는 대검찰청에서 지원받은 수사관 20여명을 포함해 총 60여명의 인력이 동원되기도 했다.
줄기세포라는 생명공학의 최첨단 연구분야를 수사한 검찰이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작성한 수사기록만 2만쪽을 넘었다. 또한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만해도 780여개에 달했다.
평소 다뤄보지 못한 과학 분야에 대해 재판부도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최대 쟁점이 됐던 사기 혐의에 대한 유ㆍ무죄 판단을 위해 재판부는 논문 조작에 대한 사실 관계를 다시 파악했다.
이를 위해 채택된 증인만 100명, 이중 70여명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고, 이 사이에 재판부는 정기인사에 따라 두 차례나 바뀌었다.
이날 판결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배기열)가 작성한 판결문은 총 260여쪽으로 목차만 해도 10여쪽이 된다. 판결문에는 또 전문용어 풀이를 위해 각주만 50여개가 달렸다.
한 명의 부장판사와 두 명의 배석판사로 구성된 재판부는 이번 선고에 앞서 두 달간 합의를 거쳐 판결문을 작성했다.
황우석 재판은 매번 지지자들이 방청석을 가득 채워 서울중앙지법 내 최대 법정인 417호에서 줄곧 진행됐다. 이날 선고 공판에도 300여명이 넘는 지지자들이 선고 2시간 전부터 법정 앞에서 기다렸고, 재판부 요청에 따라 170여명만 입장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법정경위 20여명도 추가 배치됐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쟁점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달라"고 방청객에 당부하고는, 무려 100분 넘게 판결문 요약본을 읽어 내려갔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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