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사상의 뿌리인 원효, 의상, 지눌의 정전(正傳)이 섰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국내외 교단 안팎의 저명 불교학자들과 함께 지난 3년여간 공들여 온 <한국전통사상총서> (전 26권 예정)의 한국어판 첫 7권을 27일 상재했다. 한국전통사상총서>
연말까지 한글판 13권을 완간하고, 내년 7월까지 영역판 13권도 마무리한다는 게 조계종의 계획. 큰 틀에서 보자면 한국 전통사상은 전통 불교 사상과 겹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조계종은 이 역사를 한국 불교 1,700년의 새로운 이정표로 여기고 있다.
간행위는 동국대 불교문화원이 1979년 간행한 <한국불교전서> (전12권) 중 대표적 고승의 문집 90여 종을 선별, 정부 예산 등 총 30억여원을 들여 이 사업을 진행해왔다. 한국 불교의 성취를 원전과 현재적 연구 역량을 포개 집대성함으로써 국내 전법 수행 포교의 주춧돌로 삼는 한편 세계 동양사상학계의 한국(불교)사상 연구자료로 내놓겠다는 취지였다. 각 권은 신라의 원효와 의상, 고려의 지눌, 조선의 휴정, 화엄, 제교학(교학 경전), 공안집, 선어록, 시선집, 문화, 계율, 비문집 등이다. 한국불교전서>
작업은 고승들의 사상적 정수를 현대적 언어로 정확하게 번역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고 한다. 종단에서는 해주(동국대), 고옥(가산불교문화연구원 연구실장), 원철(전 해인사 강사), 미산, 정덕(이상 중앙승가대) 스님 등이 나섰고, 학계에서는 정병삼(숙명여대), 이진오(부산대), 안준영(토론토대), 박진영(아메리카대) 교수 등 노소 동양ㆍ불교사상 전공 학자들이 가세했다. 로버트 버스웰(미 UCLA), 찰스 뮬러(일 도쿄대) 존 요한슨(호주 그리피스대) 교수 등 외국 학자들도 영역 교열자로 조력했다. 간행위측은 주요 번역ㆍ교열자만 23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번역은 한두 사람의 전문 연구자에 의존하는 방식은 자의적으로 치우칠 수 있다고 판단, 더디더라도 철저히 '다자간 시스템 번역' 방식을 따랐다고 한다. 한문 원문을 두고 번역집단이 토론하며 자구 하나도 놓치지 않고 한글로 옮기고자 했고, 영역본도 한글 역자들이 교차 감수하고 토론하면서 퇴고했다고 한다. 정병삼 교수는 "문장의 매끄러움보다는 원전의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담겠다는 정밀성으로 번역 작업에 임했다"고 말했다.
총서는 한글판과 영어판 각 2,000부씩을 제작, 국내외 연구집단과 대학 도서관에 무상 배부할 예정이다. 총서가 완간되는 시점에 맞춰 누구든 인터넷으로도 전 권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간행위측은 밝혔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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