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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용 없는 깜짝성장의 신기루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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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용 없는 깜짝성장의 신기루 경계해야

입력
2009.10.2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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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2.9%를 기록한 것은 정부마저 놀랐을 정도의 깜짝 성적이다. 기껏해야 1%, 많아야 2% 정도를 시장이 예상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같은 낭보에 이어 어제는 소비자 심리지수가 7년 반 만에 가장 높은 117(기준 100)을 기록했다는 한국은행 발표도 나왔다. 거시 지표나 심리 추세만 보면 경제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해 탄탄대로에 올라선 셈이고 국외의 찬사도 쏟아진다. 하지만 그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착시 요인이 도처에 널려 있다.

명백히 좋은 징조는 있다. 성장의 내수 기여분이 3.9%포인트에 달해 순수출의 마이너스 효과를 상쇄하면서 기록적 성장을 이끌었다. 재고 조정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어 생산이 늘어나는 덕분이라고 하나 그것 자체가 불황의 끝을 뜻하는 만큼 주의 깊게 짚어볼 대목이다. 또 재정지출 효과가 크게 축소된 반면 민간소비 설비투자 수출 등 성장의 3대 견인차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정부가 그토록 바라던 민간부문의 회복세 주도 징후가 포착된 셈이다.

그러나 정부가 얼굴을 펴지 못하는 이유에 더 주목해야 한다. 소비는 신차 효과와 영화 등의 오락문화 활황에, 설비투자는 선박 수주 증가에, 수출은 환율 효과 등에 힘입은 바 큰 데다 올 추석이 10월로 넘어오는 계절적 요인이 3분기의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변적 요인은 양날의 칼이 되어 4분기의 리스크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환율은 이미 역효과로 돌아섰고, 금리 상승 압박은 높아지며, 원자재가격은 꿈틀대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위험요인 관리와 함께 정부가 더 걱정해야 할 것은 위기 이후 우리경제가 그려갈 궤적이다. 총체적 경제규모의 회복세와 달리 일자리는 되레 줄고 소득격차는 더욱 커지며 나라 빚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체력은 약한데 몸집만 커지는 불균형이 심해지면 지속 가능한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지표 회복에 편승해 구조조정을 적당히 넘어가려는 움직임도 많다. 경제체질과 국민의 삶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는 지표는 신기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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