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민ㆍ기사당(CDU/CSU) 연합이 24일 자민당(FDP)과 연정 구성에 합의, 지난달 총선 승리로 연임을 확정한 앙겔라 메르켈(55) 독일 총리의 집권 2기 정부가 출범했다. 메르켈 총리 집권 1기 정부는 좌우 연정이었으나 2기 정부 연정은 모두 우파 정당으로 이뤄졌다. 메르켈 정부는 연정 구성과 동시에 미국 핵무기 철수, 감세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제시해 파장이 주목된다.
대외관계에서는 독일 영토내 미국 핵무기 제거 발언에 관심이 모아진다. 외무장관에 지명된 귀도 베스터벨레 자민당 당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냉전 시대 유산인 미국 핵무기를 독일 영토에서 제거하겠다"고 선언했다. 뉴욕타임스는 "핵무기 존재는 지금껏 금기시 돼왔는데 (이번 선언으로) 차후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독일의 관계가 삐걱거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독일 주간 슈피겔에 따르면 미국은 냉전 시절 독일 영토에 수 많은 핵무기를 배치했었다. 현재 95%는 제거됐지만 아직 상당 수가 남아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20개의 핵탄두가 남아 있다"며 "핵무기 제거 요청은 흥미로운 외교적 파장을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정 구성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감세 정책은 집권 4년간 240억유로 감세로 낙착됐다. 기민ㆍ기사 연합은 총선 당시 서민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150억유로의 감세를 공약한 반면 친기업 성향의 자민당은 소득세의 전반적 인하를 통한 350억유로 감세를 약속했었다. 중간선에서 절충이 이뤄진 것이다.
감세 정책에서는 이번 우파 정부의 독특한 색채가 드러난다. 좌파 성향의 사민당과 결별하고 우파 대연정을 출범시켰지만 노조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등 기존 우파와는 다른, 소위 따뜻한 보수주의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기 때이다.
하지만 감세는 이미 엄청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채무는 올해 710억 달러에서 내년에는 1,29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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