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1966년 계간 '창작과 비평' 발간, 1974년 단행본 출판사로 출범한 이래 민족문학운동의 전위 역할을 했던 이 출판사가 세계문학전집 발간을 염두에 둔 시리즈를 곧 선보이고, 중ㆍ고교 교과서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11월 선보일 창비의 '세계문학단편선'은 창비 출범 이래 사실상 최초의 외국문학 시리즈다. 창비는 1980~90년대 에세이, 전기, 사상서 등이 포함된 '제3세계 총서'와 '창비교양문고' 등을 통해 간헐적으로 외국문학을 소개하기는 했으나 본격 출판은 처음이다. 세계문학단편선은 20세기초부터 최근까지 고전이 될 만한 세계 각국의 단편들을 엮었다. 전 9권으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폴란드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언어권별로 구분됐다. 초역이 아닌 경우 기존 국내 번역본들을 소개하고 그 장ㆍ단점을 평가한 1~2페이지 분량의 정보를 수록하는 것이 특징이다.
창비는 2007년부터 교과서출판본부를 꾸리고 1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교과서 시장 진출에도 공을 들여왔다. 2012년까지 중ㆍ고교 국어 교과서와 고교 문학ㆍ독서ㆍ작문 교과서도 보급할 계획이다. 연관된 자습서, 학습지도서 개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창비의 교과서 사업 진출은 황석영씨의 <바리데기> (30만부),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 (100만부), 공지영씨의 <도가니> (25만부) 등 잇단 베스트셀러를 통한 자금력 확보, 아동ㆍ청소년문학에 대한 오랜 관심과 노하우가 기반이 된다. 도가니> 엄마를> 바리데기>
특히 교과서 사업 진출은 창비가 제도권 진입을 공식화하는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는 것이 출판계의 분석이다. 고세현 창비 대표는 "창비가 민족문학론을 들고 나왔던 군사정권기에는 반체제적이었지만 10여년 전부터는 그런 대립 구도가 무의미해졌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