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라면 종교인들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울 정도로 극심한 알력과 물리적 충돌이 떠오른다. 1962년 통합종단으로 출범한 이래 총무원장이 잡음 없이 임기를 제대로 채운 적이 드물 정도였다. 그런 점에 비추어볼 때 제33대 총무원장 선거는 조계종, 나아가 불교계의 새로운 역사임에는 틀림없다.
무엇보다 먼저 평화적인 선거,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중간에 자격시비가 있긴 했지만 종단 전체가 선거에 기꺼이 동참했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다. 화합의 인물을, 그것도 91.5%라는 압도적 지지로 선출한 것도 고무적이다. 종책들이 욕심을 버리고 종단 발전을 위해 만장일치로 자승(慈乘)스님을 단일 후보로 추대한 것부터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비교적 젊은 55세 승려를 총무원장으로 선택한 것도 큰 변화이다. 지금까지 총무원장은 60,70대 원로들의 자리였다. 조계종이 갈등과 분열로 바람 잘 날 없다 보니 그들의 역할 역시 종단의 화합과 안정 도모에 그쳤다. 이번 세대교체는 그런 식으로는 불교가 사부대중과 함께 발전할 수 없다는 반성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자승스님이 공약으로 '열린 종단, 함께 하는 종단을 실현하고 교구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 총무원장이 소통과 대화를 중시하는 인물이라는 점도 기대를 걸게 한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전국 교구를 찾아 공약을 소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자세를 보였다. '열린 종단'이라는 공약대로 권한 위임 등을 통해 중앙과 교구의 벽도 허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6년 동안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을 맡으면서 해온 불교의 사회활동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불교계로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당장 종교차별 논란으로 불거진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자연공원에서 사찰과 사찰소유지를 제외하는 40년 숙원도 해결해야 한다. 도심 포교를 위한 사찰 건립, 고령화에 따른 승려복지제도 마련도 시급하다. 새롭고, 젊어진 총무원장의 '화합과 소통'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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